나이를 먹으면 꽃이 예뻐 보인다고 한다. 부모님 사진만 봐도 어디 놀러 가면 꽃과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볼 수 있는 걸로 보아 나이가 들수록 꽃을 좋아하는 건 확실히 맞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꽃을 보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봄이 되면 활짝 피워 우리 모두 기분 좋게 해주는 벚꽃을 보면 우울한 기분도 잊게 해 준 치료제 같다.
올해는 작년보다 벚꽃이 늦게 피어나 아직 만개를 하지 않았다. 수요일에 비소식이 있어 완전한 핑크빛을 보기 힘든 올해지만 그전에 벚꽃이 필 곳을 찾아 집 근처 보라매공원을 방문하니 햇살을 잘 받아서 그런가 이렇게 얼굴을 드러낸 벚꽃나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포근한 하늘 아래 우리를 만나러 피어난 벚꽃을 보려고 공원에 찾아왔는데 그들의 일상이 평화롭게 보이며 이 벚꽃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따스함이 있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 벚꽃 하나로 온 마음이 따스해졌다. 우리의 마음속에 봄이 찾아왔고 우리는 따스함을 받고 있다. 벚꽃은 나이 구분 없이 누구나 좋아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꽃을 좋아한다는 말은 틀렸을 수도. 그런 의미로 벚꽃을 볼 수 있는 봄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
봄이 찾아온 보라매 공원
4월 2일 화요일 / 미세먼지가 있는 맑고 흐린 날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불던 하루. 이제는 완전한 벚꽃이 만개를 시작해 완연한 봄날을 맞이한 하루였다.
매년 보는 벚꽃은 색다르고 새롭고 신비로운 흔적 같다. 매년 봐도 지겹지 않고 자꾸만 보고 싶다. 그리고 올해도 찾은 여의도의 벚꽃은 내 봄날의 흔적을 남기고 오게 발걸음을 움직여줬다.
올해도 볼 수 있어 감사하고 좋다.
여의도에 벚꽃이 활짝 폈다.
4월 3일 수요일 / 봄비가 찾아온 하루
이번주에 비 소식이 하루 있었다. 바로 오늘. 오전에 구름이 조금씩 짙어지더니 점심쯤 되어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리를 반기는 핑크빛을 씻겨내려고 했다.
올해 벚꽃은 이렇게 빠르게 접어드는 건가 싶었던 찰나 예상과 다르게 거센 비바람에도 벚꽃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주어 우리를 반기었다.
아직 제대로 봄을 만끽하지 못한 우리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따스한 봄날을 느껴보라는 선물인가 싶었다.
퇴근 후 저녁에 가로등 사이에 있는 벚꽃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환하고 예쁜 나무였다. 그렇다. 아직 봄날의 햇살은 끝나지 않았다.
가로등은 벚꽃을 예쁘게 비추어준다
4월 4일 목요일 / 흐린 하늘 아래
오랜만에 본가인 익산에 방문했다. 가족을 보기 위해, 친구를 보기 위해, 후배들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익산.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에는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니 내려온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대학시절 자주 갔던 술집이 그리워 후배들과 함께 바로 간 원광대 유린기 맛집. 여기 유린기는 그 어디에서 먹은 것보다 맛이 기가 막혀 술이 술술 들어간 곳이다.
오랜만에 방문해서 먹은 유린기는 여전히 맛있었고 나는 그 맛에 취해 소주 한잔으로 내 추억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