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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Apr 27. 2024

24년 4월 넷째 주 감사일기

4월 22일 월요일 / 약간 구름이 낀 하늘


지갑에 3천 원이 있었다. 요즘 카드 또는 삼성 페이로 결제가 다 되어서 잘 쓰이지 않는 지폐. 그럼 지갑에 왜 지폐가 있나 골똘히 생각해 보니 전에 복권 사려고 남겨둔 지폐였다. 그래 이왕 지폐를 본 거 복권이나 사자 해서 일요일 오후에 운동 끝나고 복권방에 가서 연금 복권 하나, 스피또 2장을 샀다.


누구나 그렇듯이, 복권을 사면 1등 당첨이 되는 상상을 한다. 나 또한 매번 복권을 살 때마다 1등 당첨이 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한 주간을 보내는데 로또 복권이나 연금 복권과는 다르게 스피또는 구매 후 바로 당첨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난 당첨의 기쁨과 꽝의 슬픔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순간을 곧바로 즐기지 않고 아껴두었다가 월요일 아침에 긁어보았다.


당첨이 되면 좋고 꽝이 나오면 아쉽고 하는 마음으로 긁은 복권. 동전을 들고 살살 긁으며 오늘 나를 기쁘게 해 줄 숫자는 몇 번인가 확인을 하며 긁어보는데 이상하게 숫자 2번이 끌렸다. 뭔가 좋은 징조가 있으려나. 이윽고 오늘의 행운 숫자를 확인해 보니 바로 2번. 상금은 1등의 대박인 5억이 아닌 스피또 가격인 천 원이었다.


보통 같으면 천 원이 당첨되어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이 당첨된 순간이 기분 좋았다. 마치 작고 소소한 일에서 내게 좋은 기운을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첨 금액은 정말 적었지만 이 작은 행운이 월요일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어줘서 오히려 감사했다.


이 작고 소중한 행운으로 이번 주를 기분 좋게 보내야겠다. 고맙다 복권아.


작지만 당첨이 되는 기쁨이 있다.

4월 23일 화요일 / 화창한 하루


이상하게 오늘 하루는 힘이 쫘악 빠진 하루였다. 오전부터 일을 하기 싫은 마음이 내 몸을 뒤덮고는 몸을 움직이는데 굉장히 힘든 하루였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싶어 점심에 밥을 먹고 오후에 일을 하니 그것도 아니었다. 밥을 먹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일을 하니 주변에서 정신 차리라고 괜찮냐고 묻는데 평소 같으면 괜찮다고 하는 내가 오늘만큼은 괜찮다는 말이 안 나왔다. 밥을 먹어도 힘이 나지 않았던 오늘.


일 끝나고 고기가 너무 생각이 났는데 가서 먹을 힘도 없었다.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 생각해 보니 집에 목살 두 접이 있단 걸 깨닫고 바로 집에 가서 목살을 구워 먹었다. 누군가 나를 억누르듯 무거웠던 하루가 입에 고기가 들어가니 언제 힘들었냐는 듯 기운이 솟구쳤다. 역시 힘들 때는 고기가 정답이다.


고기를 먹고 나니 오늘은 운동도 잘 될 거 같은 기분에 먹고 나서 쉬었다가 바로 운동을 하러 갔다. 근력 운동도 빈속에서 하는 것보다 무언가 입에 넣은 후 기력보충을 해줘야 잘되는 거 같다.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몸에 생기가 돋아 열심히 운동을 하고 집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닭꼬치를 사서 남은 보충을 더 해줬다. 역시 힘들 때는 고기가 정답이다.


오늘은 정말 고기를 먹을 수 있단 것에 감사한 하루였다. 힘들 땐? 고기를 먹자.


고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4월 24일 수요일 / 비가 온 흐린 날


사람은 돌고 돌아 자신의 자리에 간다고 한다. 일도 그런 거 같다. 주말에 지원했던 곳에 연락이 와 면접을 봤다. 드라마 세트장이었는데 티오가 없어 쇼오락파트로 면접을 봤다. 무대 세트 작업은 힘이 많이 드는 일인데 내 몸은 오랫동안 연극을 해서 그런지 무대 설치와 철수 작업에 너무나 익숙해 있었다.


그래서 내게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거 같아 지원을 했고 딱 면접을 봤다. 면접관께서는 내게 무대 작업이 힘든데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모든 일이 다 힘든 건 매한가지. 여기는 무거운 무대 도구를 드는 게 힘들지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아 오히려 내가 찾는 일이었다.


나는 거듭할 수 있다 얘기했고 그렇게 면접을 마무리하며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이쪽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아 피하려고 했는데 내 몸과 마음은 이쪽 일에 익숙해 있었고 그리워했던 거 같기도 했다. 무대 일을 다시 하게 되니 걱정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마치 내 집에 온 기분.


사람은 역시 자기에게 맞는 일이 있고 자리가 있는 거 같다. 그렇게 찾던 나의 자리. 돌고 돌아 돌아왔다. 돌고 돌아온 자리가 제자리 같지만 그 제자리가 새로운 곳이기에 설레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한 마음으로 오늘은 범죄도시4를 재밌게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자리를 찾은 오늘. 감사한 하루다.


범죄도시4  재밌다

4월 25일 목요일 / 따뜻해진 봄날


점심에 밥을 먹다가 툭 앞니 임플란트 치아가 빠졌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오늘 빠진 임플란트는 계속 빠지게 될 거 같아 급하게 병원에 전화를 드리고 저녁에 익산에 내려갔다.


대학시절 도축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미끄러져 얼굴과 땅바닥이 키스를 했는데 내 앞니가 얼마나 탐났는지 2개를 가져가버렸다. 이게 탐나도 내 영구치인데.. 바로 회수해서 병원에 갔다.


그러나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잇몸이 닳고 앞니 복구 가능성도 낮아서 아주 어린 나이에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었지만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내 앞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훗날 수술부작용으로 앞니가 변색이 되었고 치아가 썩은 줄 착각해 잘못 치료받다가 결국에 임플란트를 했고 지금의 임플란트 치아를 쓰고 있다. 당시 다녔던 병원이 익산이고 지금 사는 곳은 서울이어서 예약시간 때마다 익산에 내려가는데 이번 일은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예정에 없던 익산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끼고 나중에 갈까 싶다가 일을 하게 되면 집 가기 힘들어질 거 같아 그냥 익산에 가서 치아를 다시 끼운 선택을 했다. 그 덕분에 가족 얼굴도 보고 그랬다. 이거 참 고마운 일인건지 아닌지. 뭐 어쨌든 치아 빠진 덕에 집에 가서 가족 보니 좋긴 하다.


Ktx 못 참지

4월 26일 금요일 / 미세먼지가 뿌연 하늘


점심에 엄마가 해준 제육볶음을 먹는데 밥이 너무 술술 들어갔다. 오랜만에 먹는 엄마 밥이 맛있고 그리웠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를 엄마 밥이니 오늘은 아무 약속도 안 잡고 집에만 콕 박혀 하루를 만끽했다.


익산 내려가는 게 그리 달갑지 않지만 엄마 밥은 못 참지. 열심히 돈 벌어 엄마한테 맛있는 거 사드려야겠다. 그리고 엄마 밥을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엄마표 제육볶음은 한그릇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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