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의 시작은 큰 용기로부터

by 샤랄리방

오늘도 힘든 하루를 마치고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 집 근처 초밥뷔페를 찾았다.

어떤 걸 먹어야 맛있게 잘 먹었냐는 소문을 낼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접시에 음식을 담고 나서 자리로 돌아왔다.

휴대폰을 꺼내 유튜브를 틀어 재밌는 예능모음집을 보며 식사를 하려는 그 순간 카톡이 왔다.


"오빠, 여자친구 잘 있어요?"


대학시절 같은 연극부를 했던 경이였다. 대뜸 없는 여자친구의 안부를 묻는 건 매우 실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답장을 한다.


"아니, 존재라는 걸 했을까"


오랫동안 솔로로 지낸 명호에게는 여자친구의 존재란 전설적인 동물과 같았다.

언제를 마지막으로 만났을까.

기억도 안나는 추억을 억지로 회상하려다 실패한 나는 다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경이에게 의미심장한 카톡이 왔다.


"오빠, 이상형이 어떻게 되어요?"

"몸매 좋은 사람?"

"그게 끝이에요? 오빠 참 쉬운 사람이네요"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지"


한순간에 쉬운 남자가 되었지만 아무럼 어떠한가 정말 그런 사람을 소개해준다면 쉬운 사람이 되어도 좋았다.

내 속마음을 들은 걸까. 곧 경이는 본인이 물어본 이유에 대해 말했다.

"우리 회사에 정말 귀엽고 착한 친구가 있는데 소개 받아볼래요? 취미도 게임하는 것이라 오빠랑 정말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심장이 쿵쾅거렸다.

연애를 오랫동안 하지 않아서 본인이 연애를 한다는 그림이 상상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순간 긴장이 되었다.

무엇보다 현재 혼자 살기 바쁜 내게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해 연애가 조금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친구는 지방에 있고 나는 서울에 있는데 소개받는 분도 분명 같은 지방에 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소개가 잘 되어 연애를 한다고 해도 무조건 장거리연애를 해야만 한다.

장거리 연애는 서로에게 힘들 것 같아 정중하게 거절했다.


"미안. 내가 지금 연애를 할 상황이 아니어서 힘들 거 같아. 또 장거리라서 자주 만나지도 못할 거 같아."


답장을 하고 나서 다시 젓가락을 집어 저녁을 먹으려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기회가 쉽지 않은데 현실적인 문제로 거절하는 게 참 쓰렸다.


내심 다시 연락 오길 바라는 것도 조금 있었다.

정말 올지 모르지만 희망이라도 안고 싶었다.

잠시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이 친구가 그러는데 꼭 자주 안 만나도 된대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도 되고 만나게 된다면 자기가 서울로 올라가면 된다고 하네요."


의외로 상대방분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니 놀랐다.

오히려 기뻐해야 하나.

거절의 창이 뚫을 수 없는 철벽.

너무 튼실해서 내 창들이 다 찌그러져 내렸다.

그리고 후배의 마지막 일침이 내 마음에 불씨를 집혔다.


"오빠가 만났으면 하는 사람이에요. 꼭 연애는 아니어도 한 번 직접 만나보고 그때 판단해요."


평소와 다르게 너무 적극적인 모습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경이가 이렇게까지 어필할 정도라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일지.

'그래, 한 번 받아보자, 만나보고 아니면 마는 거지.' 그렇게 해서 소개를 받기로 하고 그녀의 연락처를 받기로 마무리하며 경이와 연락을 마쳤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데 답답했던 마음이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잠시 후 경이에게서 그녀의 연락처를 받았다.

오랜만에 받는 소개로 연락을 하려니 떨렸다.

어떻게 보내야 덜 어색하고 덜 불편할까.

밥 먹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먼저 밥을 먹고 연락은 내일 하기로 했다.


다음 날, 퇴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일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무슨 말을 할지 연락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져 어떻게 일과를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났다.

집 가는 버스 안에서 골똘히 무슨 말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녀의 메신저에 인사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경이에게 소개받은 명호라고 입니다. 퇴근하셨나요?"


상당히 예의 바르며 격식을 차린 인사, 이게 내가 가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문자였다.

그렇게 보내고 나서 그녀에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직 퇴근을 안 한 것인지 아니면 핸드폰을 볼 수 없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녀가 내 문자를 보고 연락을 오길 기다리는 것뿐.


그렇게 나는 그녀의 연락이 오기 전까지 집 가는 버스 안에서 잠시 눈 좀 붙였다.

그때였다.

휴대폰이 울리더니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퇴근을 이제 해서 폰을 늦게 봤네요. 죄송해요."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셨군요.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김태림이라고 해요!"


그녀였다.

내색은 안 했지만 혹시나 연락도 하기전에 그녀에게 차였을까봐 노심초사했다.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를 했지만 그녀에게 연락이 안 올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내심 그녀에게 연락이 와 인연이 닿길 바랐던 것인가.

그 바람대로 그녀에게 연락이 왔고 연락을 이어갔다.


우리는 서로의 신상을 묻는 연락이 아닌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 일상얘기를 했다.

오늘은 힘든 하루였는지 점심에 어떤 밥을 먹었는지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물질적인 것을 알려고 하는 게 아닌 서로의 내면을 교감하며 어떤 사람인지 알아갔다.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그녀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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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