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속도는 같다

by 샤랄리방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녀와 연락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 어색한 연락이 조금씩 벗겨지며 우리 사이에는 친근감이라는 울타리가 형성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우리는 상대방의 나이, 직업, 사는 곳, 취미는 알았지만 정작 얼굴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와의 소개팅을 수락했고 지금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참 신기한 사람.


그녀는 내 얼굴이 궁금하지 않은가.

내가 본인의 이상형이 아니어도 좀 얼굴이 이상해도 전혀 개의치 않다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나도 그녀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왜 그런 걸까.


얼굴은 모르지만 서로의 영혼이 끌어당긴 것일까. 아니면 서로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왜 그런지 궁금증만 야기한 채 시간이 흘러 2주가 지났다.

평소와 똑같이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문득 그녀가 이런 질문을 했다.


"명호씨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나요?"

"이미지요? 어음 글쎄요. 착한 사람?"

"오오 그건 맞는 거 같아요!"

"근데 이 질문을 너무 늦게 물어본 거 아니에요?"

"아, 그렇죠? 괜히 실례가 될까 봐 못 물어봤어요."

"아아, 괜찮아요. 저도 태림씨와 똑같죠 뭐"


사실 그녀도 나처럼 궁금했던 것이다. 내 얼굴이 어떤지, 나는 어떤 이미지인지.


"그럼 태림씨는 어떤 이미지신가요?"

"저요? 저는 음 좀 소 같은 이미지예요."

"소요? 부지런하신가 보네요."

"아뇨, 저 들판에 누운 소처럼 게을러요."


생각지 못한 그녀의 대답에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게으른 이미지, 그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녀도 본인이 말하고 웃겼는지 문자로 수많은 키읔이 날아왔다.

나 또한 지지 않게 무수한 키읔을 보내며 그녀와의 연락이 굉장히 즐겁다는 걸 표현했다.

"저는 약간 무뚝뚝한 곰 닮았다고 듣는데 태림씨는 닮은 동물 있나요?"

"아 그런 쪽이구나, 저는 음 돼지요."

"돼지요?"

"네, 돼지. 통통한 돼지요."


돼지 이미지는 많이 먹고 뚱뚱한 이미지인데 그녀도 그런 이미지일까.

하긴 나 또한 무뚝뚝한 곰인데 덩치가 큰 건 아니니까 일반화를 안 시키기로 했다.

곰과 돼지. 묘하게 닮은 듯 안 닮은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이미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녀와 이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니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더 그녀에 대해 큰 흥미를 갖게 되었다.

직접 얼굴 보고 앉아 그녀와 얘기를 나누어보고 싶어졌다.

서로 일하는 것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달라 시간을 맞추는 건 정말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상대방의 시간에 맞춰야 하는데 그나마 내가 좀 자유롭게 일하는 상황이어서 내가 그녀의 휴일에 맞춰 만나기로 했다.


연락을 한 지 2주가 지나서 우리는 서로의 이미지를 알고 만날 약속도 잡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늦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지금의 속도가 딱 좋았다.

서로 부담이 안되고 존중하는 속도, 우리는 공간은 다르지만 같은 시간 같은 속도로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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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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