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기할래요?

by 샤랄리방

그녀와 정식으로 교제를 하게 된 12월이 지나 다음 해인 1월에 우리는 공식적인 첫 데이트를 가졌다.

장소는 그녀가 사는 지역 전주.

다행히도 나의 고향은 전주와 가까운 익산이라는 곳이기에 우리는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만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녀는 주말에 일을 해 그녀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보기로 했다.

주말에는 저녁까지 근무를 하지 않고 오후 3시가 되어서 끝나 저녁을 먹기 전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전주에서 데이트를 하니 그녀가 모든 일정을 다 계획을 하고 왔다.

우선 제일 먼저 보드카페를 갔다.

데이트를 하면 가장 재밌게 놀 수 있는 곳이 어딜지 많이 고민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나와 함께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데이트를 보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을 하다 보드게임이 딱 좋을 거 같아서 평이 좋은 보드게임카페로 날 인도했다.


나는 보드게임카페를 잘 못 갔다.

친구들하고는 주로 PC방에 가서 게임을 했지 보드게임을 즐겨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드게임카페가 생소한데 날 데리고 가는 그녀의 표정은 기대하는 마음과 살짝 걱정하는 눈치였다.

혹여나 내가 재미없어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거 같은데 설마 게임이 재미없겠나.

같이 게임을 즐기러 가는데 당연히 즐겨야지.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힘차게 보드게임카페로 향했다.

내가 손을 잡고 힘차게 걸어가니 그녀도 그때서야 안도하고 웃으며 걸어갔다.


카페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는 제일 먼저 카페의 시설과 다양한 게임들을 둘러보았다.


"명호씨 보드게임 해본 거 있어요?"

"저는 친구들과 여행 갔을 때 뱅이라는 게임을 해봤어요."

"오, 이건 어떤 게임이에요?"

"술래 잡는 게임하고 비슷한데 사람이 많아야 할 수 있어요. 나중에 친구들 많이 만나게 되면 한 번 해보세요! 정말 재밌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한 번 해볼게요."

"태림씨는 보드게임 잘하시나요?"

"전 육체적인 건 못하는데 잔머리는 쓰는 건 잘해요! 예를 들어 루미큐브?"

"루미큐브요? 그러면 저희 루미큐브 해볼래요?"

"저한테 처참히 질 텐데 괜찮겠어요?"


그녀의 귀여운 도발이 나의 승부욕을 자극시켰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루미큐브를 집고 방으로 들어가 판을 폈다.

나는 루미큐브를 안 한 지 오래라서 규칙이 잘 기억이 안 났지만 그녀는 마치 어제 한 듯 일사천리 하게 숫자들을 나누어서 게임 준비를 마쳤다.

포스가 만만치 않았다.

나를 유심히 보던 그녀는 무언가 내기를 하나 걸었다.


"진 사람 내기 하나 걸까요?"

"무슨 내기요?"

"이긴 사람이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들어주기"

"뭐든요?"

"뭐든!"

"좋아요! 까짓 거 이기면 되니까 하죠!"


무슨 패기였을까.

게임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 자신감이 상대를 얕본 것일까.

3판을 했는데 전부 처참히 졌다.


게임 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패를 보던 그녀.

그 미소는 마치 바둑판의 알파고 이세돌이 승리를 확신했을 때 짓던 미소와도 같았다.


게임에 진 나는 어떻게 해도 그녀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그 이상 게임을 진행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거 어떻게 해도 제가 태림씨를 도무지 못 이기겠네요."

"봤죠? 제가 루미큐브는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

"제가 감히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네요"


두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쁨의 제스처를 취하는 그녀.

승리를 즐기고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게임 승부는 가려졌고 내기에서 진 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과연 어떤 소원을 얘기할지 무척 궁금했다.


"태림씨 소원이 뭐예요?"


소원이 궁금해 물어보는데 그녀는 말하기 부끄러워했다.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말지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내게 소원을 말했다.


"저.. 그 같이 사진 찍을래요?"

"사진이요? 인생 네 컷 말하는 거죠?"

"네, 그거요."

"당연하죠. 너무 좋죠."

"정말요??"

"그럼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 커플사진인데 좋죠."


내기에서 이겨 소원을 말하는데도 상대방이 불편해할까 봐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그녀였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엽고 배려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더욱이 적극적으로 사진 찍으러 가자고 했다.

연인과 사진 찍기, 그때의 순간을 남길 정말 좋은 추억거리인데 놓칠 수 없지.


그렇게 우리는 카페에서 몇 가지 게임을 더 즐기다 사진 찍으러 갔다.


그녀는 애인과 이런 사진을 찍는 게 처음이라며 많이 설렌다고 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없기에 그녀처럼 무척 설레었다.


사진관에 도착하자 그녀는 적극적으로 빈 방을 찾아가 확인하고 결제를 했다.

이런 건 가자고 한 본인이 다 내야 한다며 연상의 매력을 보여줬다.

내가 연상인데.


사진 타이머가 돌아가고 어떤 포즈를 취할지 고민하다가 그녀가 생각해 온 포즈가 있어 거기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니 함께 있는 시간이 무척 행복하게 느껴졌다.

다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둘 다 사진을 찍는 게 어색해하면서 순간의 행복이 담겨있었다.


연인과 사진을 찍는 게 이런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그녀를 만나게 된 게 정말 큰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날 만나서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며 기뻐했다.


이렇게 귀여운 사람과 앞으로 어떤 데이트를 하게 될지 기대가 되며 정말 좋은 애인을 만나 행복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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