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인사해요

by 샤랄리방

그녀와 첫 만남을 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빼곡히 채워진 바쁜 일정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첫 번째 만남은 그녀의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두 번째 만남은 확신이 들고 싶었다.

만나는 주기가 너무 길어지면 그만큼 호감도 사라질 거 같아 어떻게든 그녀와 휴일을 겹쳐보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노력해도 불구하고 쉽게 일정을 맞출 수 없어 그녀와 두 번째 만남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달. 이대로 한 달이 그냥 지나가는 건가 싶었던 순간 그녀에게 다급한 연락이 왔다.


"태호씨, 혹시 23일에 시간 되세요?"

"23일이요? 잠시만요."

"저 이날 일정이 빠르게 마무리될 거 같아서 그러는데 괜찮으면 같이 점심을 먹을까 해서요."


그녀의 일정이 변경되었다.

내가 그토록 그녀와 만남을 갖고 싶어 하니 하늘에서 내게 기회를 주셨다.

나는 그날 출장 일정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려고 조율을 했다.

그렇게 나의 노력은 기회가 되어 우리는 23일에 간절히 바라던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그녀와 만나는 날.

부리나케 일정을 소화시키고 그녀와 만나기로 한 홍대로 갔다.

한 달 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괜스레 떨렸다.

그녀와 약속장소에 도달할 때쯤 저 멀리서 그녀도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녀의 룩북은 전에 봤던 모습과 다른 차분한 도시 여자 느낌이 나는 스타일로 입고 와 심장이 쿵쾅 뛰었다.


전에 봤던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으로 와서 그런지 놀랐다.

차분한 느낌의 회색 니트에 차콜 슬랙스를 입고 그 위에 검은색 니트를 입었는데 그녀와 너무 잘 어울렸다.


"태림씨 안녕하세요. 오늘 너무 예쁘게 입고 온 거 아니에요? 저 멀리서 보고 놀라서 제가 아는 태림씨가 맞나 싶었어요."

"그거 칭찬이죠? 막 저 놀리는 거 아니죠?"

"그럼요, 오늘 너무 예쁘세요."

"고마워요. 기분 좋네요."


보자마자 칭찬을 들은 그녀는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고 그 미소를 바라본 나는 그녀가 너무 귀여웠다.

이날은 내가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려고 홍대에서 맛있는 파스타 집으로 갔다.

파스타를 좋아하는 그녀에 맞춰서 정말 신중하게 고른 맛집.

그녀가 좋아하길 빌었다.


파스타집에 도착하고 메뉴를 고르는데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표정을 하며 메뉴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 표정은 마치 일생일대 선택의 갈림에 놓인 도전자의 모습.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만화 같고 게임 속 캐릭터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니 계속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이미 내 마음은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보는 그녀를 바라보다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는데 그 눈은 내게 SOS 요청을 하는 듯 바라봤다.

도저히 못 고르겠는지 내게 메뉴판을 건네었다.


"명호씨는 뭐 먹고 싶나요? 전 도무지 못 고르겠어요."

"태림씨는 지금 어떤 게 먹고 싶나요?"

"전 전부 다요."

"그럼 그럴까요."

"에?? 아니에요. 어디 보자 약간 고기류가 있으면 좋은데"

"그러면 미트볼 들어간 파스타랑 같이 먹을 피자도 함께 시켜요."

"좋아요! 명호씨 덕분에 메뉴가 바로 딱딱 정해졌네요. 고마워요."


그녀의 선택장애를 해결해 준 난 그녀에게 있어서 대단한 사람 같은 존재가 되어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사소한 일이지만 고맙다고 하는 그녀의 마음씨도 따뜻해서 그녀를 만나게 된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와 맛있게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달 동안 못 본 사이 일어난 에피소드라던지 우리의 공통 관심사, 가게 분위기, 요리 맛 평가 등 일상 속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데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막 건조기에서 나온 포근하고 따뜻한 솜이불에 감싸진 기분.

그녀와 함께 있을수록 내 마음이 편안함을 느꼈다.


편안함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새 식사는 마무리되었고 나는 계산하러 카운터에 갔다.

그런데 그녀가 날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더니 자기가 이미 계산했다며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아니, 제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왜그려셨어요."

"오늘 일한 자, 맛있는 걸 먹으라. 명호씨는 일하고 왔으니 오늘 쉰 제가 사야죠."


날 보기 위해 먼 곳에서 왔는데 내게 맛있는 거 먹여주고 싶다며 계산도 선뜻한 따뜻한 그녀의 마음씨에 감동을 먹었다.

이 따뜻한 마음씨에 꼭 보답을 하고 싶었던 나는 성수에 있는 맛있는 빵 카페에 그녀를 데리고 가 그녀가 좋아할 디저트 시간을 선물했다.

빵을 좋아할 그녀에게 안성맞춤인 선물이었다.

그녀와 두 번째 만남이지만 이렇게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계속 두고 보고 싶었다.

내가 너무 빤히 바라봐서 그런지 그녀도 내 시선이 느껴졌다.


"뻥 먹는데 왜 이렇게 봐요!!"

"너무 잘 먹어서요."

"잘 먹는 사람 처음 봤어요!!"

"네"


잘 먹는데 귀여운 사람, 그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한 내 대답에 그녀의 손은 재빠르게 음료수로 가져가 목을 축였다.

많이 쑥스러웠는지 볼이 빨개졌다.


"아주 선수네요 선수!"

"네? 제가요?"

"그럼 누구겠어요! 얼른 먹기나 해요! 다 식을라!"


쑥스러운 그녀의 고함에 나는 다시 맛있게 빵을 먹고는 눈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했다.

빵이 들어갈 때마다 양볼은 빵빵해진 것이 꼭 햄스터 같았다.

그녀가 통통한 외모여서 그런지 빵빵한 볼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잘 먹는 그녀의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저녁을 먹으러 갈까 해서 맛집을 찾으려 하는데 빵을 많이 먹어 배가 고프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저녁은 잠시 미루고 우리는 건대로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의 시간을 가졌다.


그녀가 걸어가는 건대 앞 거리는 화려했지만 내 집중은 오로지 그녀에게 가서 화려한 조명이 오히려 그녀를 더욱 밝게 비추는 거 같이 느껴져 계속 그녀에게 눈이 갔다.

무언가 신나게 얘기하고 있는 모습,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나는 얘기를 하는 것 같이 그녀는 순수한 미소와 함께 내게 얘기를 했다.


그녀의 얘기를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지만 밝은 그녀의 모습에 너무 집중이 돼 그녀가 하는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녀에게 반한 것일까.

순수한 그녀를 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건대에 도착을 했고 우리는 캠퍼스 안을 산책했다.


그녀는 산책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를 했지만 오늘만큼은 그녀도 산책이 싫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 또한 나와 함께 보내는 것이 좋은 걸까.

건대 오기 전까지 신나게 얘기를 나누며 오다가 건대에 들어가곤 우리는 잠시 무게를 조금 얹고 천천히 캠퍼스를 걸었다.


"태림씨는 장거리 연애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저희 부모님도 주말 부부시기도 하고,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괜찮아요."

"자주 못 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그만큼 제 시간이 생기고 또 못 본 만큼 만나면 더 애틋해지지 않겠어요?"

"뭔가 태림씨는 듬직한 장군 같네요. 여장군인가"

"제가 또 듬직한 K-장녀죠."

"멋있네요. 왜 남자들이 태림씨의 매력을 여태 못 알아봤을까요?"

"그러게요. 이렇게 멋진 여자가 어디 있다고!"


내 말에 발끈하는 귀여운 그녀였지만 여태 함께 보낸 시간을 생각해 보면 그녀는 그 누구보다 내게 듬직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마음에 보답을 하고 싶었던 나는 천천히 걸으며 속마음을 얘기했다.


"태림씨 저희가 서로 바빠도 사는 거리 때문에 잘 못 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어떻게든 보게 되니 참 신기한 거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장거리가 힘들겠다 생각을 했는데 태림씨와 만나 직접 얘기를 나누어보니 꼭 힘든 것도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이 깊고 좋은 사람이라면 장거리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오늘 느꼈어요. 그래서 말인데 저희 더 자주 만나서 더 많이 서로에 대해 알아갈래요?"

"에? 그 말은"

"태림씨 저와 사귀어요"


나의 고백을 들은 그녀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는 토끼눈으로 날 바라봤다.


"에? 정말요? 막 덕후처럼 취미생활에 빠졌는 걸 봤는대도요??"

"저도 취미생활 하잖아요. 프라모델 만들고요."

"제가 날씬한 사람이 아니고 통통해도요?"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귀여우면 된 거죠."

"제가 게을러서 운동을 안 해도 괜찮아요?"

"서서히 필요하면 조금씩 같이 하면 되죠."

"명호씨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네요."

"제가요?"

"네"


고백에 놀라 정신이 없지만 그녀는 내 고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신기한 사람, 저도 궁금하네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좋다는 뜻인가요?"

"네, 좋아요."


그녀는 나의 고백을 받아줬고 우리 둘 사이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지막이 나를 바라본 그녀는 내게 손을 건네었다.


"저희 정식으로 인사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처음 만날 때와 변함없는 순수한 모습.

나는 이미 첫 만남에서 그녀와 연인이 될 거란 걸 확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서울과 전주를 오가는 우리의 행운 같은 연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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