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씨에서 오빠/자기로

by 샤랄리방

우리 커플은 소개로 만나 좋은 연애를 하고 있다.

주선자인 친구는 대학 후배로서 또는 직장 선배로서 좋은 친구이기에 그 친구가 소개를 해준 사람은 좋은 사람일 거라는 확신을 안고 우리 커플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그 친구에게 감사함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을 했다.

선물을 줄 건지 맛있는 밥을 대접할 것인지.

우리 커플이 고민을 나누고 있었는데 우리의 고민을 알고 있었는지 가까운 시일 내로 그 친구에게 재밌는 시간을 선물해 줄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 커플은 여느 때처럼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나의 본가인 전라북도 익산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저녁 시간을 보낼 때쯤 여자친구에게 한통의 연락이 왔다.


여자친구는 연락을 받고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대체 어떤 연락이 온 것일까.


"무슨 연락이길래 생각에 잠겼어요?"

"아, 경쌤에게 연락이 왔는데 직장에 무슨 일이 있는가 해서요."

"무슨 일 생겼대요?"

"아뇨 그건 아닌데 이 시간에 연락이 와서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 해서요."'


여자친구는 경이의 연락에 잔뜩 긴장해 있었다.

경이는 내게 착한 후배지만 그녀에게는 어엿한 직장 선배였기에 나처럼 가볍게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이와 연락을 나누고는 사색에 잠긴 그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띠리리 연락이 왔다.

다급하게 휴대폰을 보는 그녀.

경이의 연락을 확인하고는 사색에 잠긴 표정은 금방 풀어지고는 나에게 조심히 물어봤다.


"명호씨 경쌤이 괜찮으면 자기 부부네와 함께 술 한잔 하자는데 괜찮은가요?"

"그래요? 그러면 준이형도 오겠네요."

"아, 경쌤 남편분 성함이 준이예요? 몰랐어요."

"모를 수 있죠, 전 괜찮은데 태림씨는 괜찮아요, 안 불편하겠어요?"

"저도 괜찮아요. 전에 한 번 뵌 적이 있어서."


경이의 남편 준이형은 나와 같은 동아리 사람이다.

즉 나와 경이 그리고 준이형은 같은 동아리 부원이었다.

우리는 간간히 연락하며 지내고 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기에 난 그들을 보는데 큰 불편함은 없는데 내 여자친구는 그게 아니었으니 되려 걱정이었다.

흔쾌히 허락한 그녀가 정말 괜찮은지 얼굴을 보니 괜찮아 보이는 거 같은데 조금씩 시간이 지나니 얼굴에 '나 긴장했어요'라고 쓰였다.


그 모습이 좀 귀여워 보였지만 너무 긴장하면 또 굉장히 불편할 수 있으니 옆에서 최대한 덜 불편하게 노력을 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은 후 경이네와 만남에 앞서 긴장을 풀려고 인형뽑기샵에 들렸다.

여자친구가 뽑기를 좋아해서 이걸 하면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릴까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인형뽑기샵을 보자마자 눈이 반짝거리더니 언제 긴장했냐는 듯이 긴장감은 사라지고 기쁨이 활발해졌다.


수많은 인형들에 눈이 돌아가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경이네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

이제 경이네를 만나러 가는 일만 남았다.

약속시간도 다가오니 우리는 하던 걸 정리하고 그들에게 갔다.


약속장소에 가니 이미 그들은 자리를 잡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오고 여자친구 또한 경이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과연 준이형을 보고 긴장을 하는지 걱정이 되어 그녀를 보았다.

다행히 그녀는 아까와는 다르게 그렇게 긴장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씩씩하게 준이형에게 90도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 모습이 귀엽고 안심이 되어 나도 편안하게 그 자리에 앉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간간히 준이형이 여자친구에게 말을 걸 때면 그녀는 굳은 모습과 함께 다나까를 쓰는데 그 모습 또한 귀여웠다.

최대한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또 불편할 거 같아 옆에서 그녀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그랬다.


우리의 모습에 준이형은 흐뭇한지 잘 만나라며 덕담도 나누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고 하셨다.


"두 사람은 언제 서로 편하게 부를 거야? 이제 연애한 지 한 달 지나지 않았나?"

"뭐.. 그건 차츰 하면 되는 거죠.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니고."

"호칭이 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해. 딱딱하게 부르는 것과 오빠, 자기 부르는 게 또 애정이 갈 수도 있고."


형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봤는데 그녀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와 눈이 맞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호칭을 편하게 부르는 것, '우리 이렇게 해요, '라고 말하는 건 웃길 거 같고 서로 아직은 조심스러워 말을 제대로 못 했는데 이 호칭이라는 게 자연스럽고 간단하게 편안하게 부르는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경이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우리는 어김없이 그녀가 좋아하는 인형뽑기샵에 갔다.

그녀는 뽑기 기계를 보자마자 눈이 돌아갔고 나는 그녀를 졸졸 따라갔다.

인형을 본 그녀의 모습은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가 밖에 나와 신나 마구 뛰어가는 거 같았고 나는 열심히 쫓아가는 주인과도 같았다.

커다란 골든리트리버의 힘을 못 이겨 졸졸 따라다니며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여기저기 인형들을 탐색하다 한 기계에 멈춰 뽑기를 시작하는데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형이 뽑히지 않을수록 그녀는 카드는 계속 등장했고 멈출 틈이 없었는데 이는 마치 도박꾼이 한 판 더!라고 외치는 모습 같았다.

이러다 탕진할 거 같아 나는 얼른 그녀를 말렸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말을 해버렸다.


"자기야 여기까지, 이 이상해도 뽑히지 않을 거 같아."

평소라면 제재해도 '이번 한 번만'이라고 말하는 그녀인데 내가 '자기'라고 한 걸 들었는지 그녀는 뽑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내 손을 꽉 잡고는 가게를 나와 산책을 했다.

우리는 말없이 조용히 걸었다.

묘한 어색함이 우리를 감쌌는데 이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 느낌과도 같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그녀는 천천히 걷는 우리의 속도에 맞춰 입을 열었다.


"아까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라고 하던데"

"아, 그게 툭 나와버렸어요."

"정말 명호씨는 선수네요."

"네? 어떤 게 선수라는 거예요?"

"아주 능수능란해요. 모든 게"

"에이 그냥 뭐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 주는 거죠."

"그래서 아주 제가 이렇게 푹 빠진 거 같아요."

"저도 그런 귀여운 모습에 태림씨에게 빠졌어요."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 사이에서 우리는 천천히 우리의 속도를 맞추며 묘한 애정을 나누고 있었다.

좀 걷고 나니 배가 고파져 밥을 먹을 곳을 찾았다.

그녀에게 밥을 먹으러 갈지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그녀가 먼저 내게 말했다.

"오빠, 우리 밥 먹으러 갈까요?"

처음으로 그녀가 내게 오빠라고 불러주었다.

명호가 아닌 오빠가 된 나.

오빠라는 단어에 내 심장은 두근거렸고 또한 설렘을 느꼈다.

무엇보다 더욱 그녀를 사랑하게 된 기분이었다.

호칭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었는데 막상 이렇게 불리니 그녀와 더 돈독해진 기분이었다.

준이형의 말처럼 호칭에는 큰 힘이 있는 거 같다.


오빠란 말을 들은 나는 그녀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명호씨 태호씨에서 오빠, 자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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