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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족의 발전 진수성찬

1인가구 끼니

by 느림 글쟁이


♤ 메뉴 : 현미밥, 호박전, 시래기나물, 양파조림, 김치, 브로콜리, 계란찜, 김



나는 사실 골수 한식파다.


7첩 이상 반찬 좋아한다.


어릴 땐 비위가 약했지만 커가면서

반찬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었다.


하지만 혼자 살면서 처음엔 외식이 주됐다.


적응하기 제일 힘들었었던 건 엄마의 국이나 찌개 없이 밥 먹는 거였다.


엄마한테 쫓겨나서 혼자 살게 되었던 터라 독립 초기엔 엄마와 교류를 하기도 싫었고 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못하게 두 손 두 발 다 묶어 키워 놓고 어느 날 갑자기 나가라니?


자라면서 설거지를 하고 나면 혼났었다.


워낙 소식해서 먹고 난 그릇을 설거지해버리면 먹은 게 티가 안 나서 밥 안 먹고 먹었다고 거짓말한다고 혼났다.

그래서 먹은 증거를 남기기 위해 설거지는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시간이 지나고 떨어져 지내다 보니 관계는 호전 됐다.

주말에 집에 가면 만들어 놓은 반찬을 챙겨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른 후

엄마가 끓인 국이 제일 먹고 싶었어.

라고 말하면


"내가 맨날 너 국 끓여 바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어?
니네 아부지는 반찬 신경 안 써도 되는데, 너는 입맛도 까다롭고 한번 먹은 거는 입에도 잘 안대서 매일 다른 거~~~~~
(•••)


일장 연설이 그치지 않아서 말을 삼갔다.


엄마는 반찬 솜씨가 좋은 편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음식은 소금 소태에 가까워지고 점점 잔존 능력치는 떨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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