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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신

by 느림 글쟁이
이제 오이 사러 가야지.

하고 일어났는데,

주머니에 카드 지갑이 없다.


어? 안 가지고 나왔나?


내 자취를 되짚어 돌아다녔다.

안내창구에 습득된 빨간 카드지갑이 있는지 물었는데,

없단다.


꺼내만 놓고 안 가지고 나온 건가

하고, 집에 왔는데 ~

없다.

머릿속이 아득하다.


다시 자취를 따라가 봤다.

시야를 넓혀서 좌우도 살폈다.


비가 많이 왔다.


빨간색이라 어디 떨어졌어도 눈에 잘 띌 텐데~~~~~!

없다.


지갑에 연락처가 없으니 누가 주웠어도 바로 연락할 방법은 없겠지.

내가 주웠을 경우 가까운 곳에 맡기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마트 인포에도 가보고, 근처 관공서에도 물었는데,

없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뭘 잘 잃어버리는 일이 없던 터라,

어디 있을 거란 믿음은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부서져 갔다.


그렇게 두 시간 여를 찾아 헤매 다니고, 습득연락은 없고, 내가 해야 할 조치를 했다.


카드 사용 알림은 뜨지 않았다.


카드 분실신고를 했다.


카드사에서도 습득 연락이 들어오면 이력을 남겨 놓고 연락을 해준다 했다.

급한 카드는 재발급 신청을 했다.


오전 중 분실한 카드 지갑은 저녁이 되도록 내 정신을 지배했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찾아준 사람에게 어떻게 사례를 하면 좋을까?

라는 긍정 담뿍 담긴 생각.


내 신분증을 이용해 명의 도용 하면 어쩌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작은 지갑 하나가 뿜어낸 지배력이었다.

다른 생각은 일절 하지 못했다.


그 어떤 신도 해내지 못했던 내 정신을 작은 지갑 하나가 굴복시키고, 지배했다.




면허증 재발급은 좀 기다릴까 하다가 분실 D+2일째 되는 날 경찰서 가서 분실 재발급 신청을 했다.

10,000 원

어제 방문했을 때 카드나 현금 결제만 된다고 하고 신분증 필요하대서 여권이랑 여분의 카드를 준비해 왔다.

계좌이체는 안된단다.


경찰서 간 김에 습득물 있는지 확인할 방법을 물었더니 ,

로스트 112

를 알려주더만~~~~~


그렇게 터벅터벅 집으로 왔는데,

문에 우체국 소포 안내문이 붙었다.

발신인:삼산경찰서


지금 삼산 경찰서에서 오는 길인데?


와~~~~~~

누군가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주었나 보다.

소포는 못 받았지만, 경찰서에서 나한테 보낼게 뭐가 있겠어?

오늘 신청한 면허증은 2주 후에나 찾으러 오랬는데,


아놔

일이 꼬일라니 정말 끝도 없이 꼬이는구나~~~


경찰서 시스템도 참 이해가 안 간다.


이미 소포로 부쳐 놓고 로스트 112에 들어간들 있겠냐고!


그래도 내 물건이 어디 굴러다니지 않고 있었단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수요일에 분실하고,

목요일에 카드 재발급 신청하고,

금요일에 면허증 재발급 신청하고,


내 마음은 타들어 갔는데,

이제야 평정심을 찾았다.

토, 일 평온한 마음으로 보내고,

월요일 우체국으로 소포를 찾으러 갔다.

4,500원 결제했다.


지갑 분실 시 습득자가 찾아주면

최소 14,500원의 사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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