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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25. 바람 한가운데

by 조유상

부는 바람도 날리지 못한다

골골이 박힌 눅눅한 습기


대나무 가지 휘영청 몸을 흩날리고

바람 한가운데 서 있다


부는 바람이 날리지 못한다

눅진한 마음속 물기


다리는 허뚱히 흔들리며

바람 가득한 허공을 딛는다


아득히 잊었던 오래 묵은

슬픔이 마음을 노크하는 날


이는 바람에 덩달아 흔들리는

목이 긴 원추리꽃 대궁이여


휠 듯한 허리 위 얼굴은 붉고

슬픔의 허리띠마다 습이 촉촉하다


바람을 떠안은 공작단풍

손끝마다 파르르 떨며 물기를 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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