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바람 한가운데
부는 바람도 날리지 못한다
골골이 박힌 눅눅한 습기
대나무 가지 휘영청 몸을 흩날리고
바람 한가운데 서 있다
부는 바람이 날리지 못한다
눅진한 마음속 물기
다리는 허뚱히 흔들리며
바람 가득한 허공을 딛는다
아득히 잊었던 오래 묵은
슬픔이 마음을 노크하는 날
이는 바람에 덩달아 흔들리는
목이 긴 원추리꽃 대궁이여
휠 듯한 허리 위 얼굴은 붉고
슬픔의 허리띠마다 습이 촉촉하다
바람을 떠안은 공작단풍
손끝마다 파르르 떨며 물기를 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