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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3. 구름도 같이 가는 날

by 조유상

모처럼 추석을 쇠러 집으로 돌아왔다

나를 기둥이라 부르며 간곡히

돌아오길 바라던 반쪽

아이들도 엄마가 있어줘야 명절이 명절다워지지 않겠냐며.



그의 바람대로 돌아와 보니 엉망인 시간이 밖에서부터 반긴다

나 없는 시간만큼 먼지는 창틀마다 쌓여 있고

뜰은 어김없이 풀로 무성히 덮여 있다



한 사람의 부재가 가져온 후폭풍을

곳곳에서 만난다

화장실 바닥 타일눈금에 골골이 박힌 흙먼지를 철수세미로 박박 닦아내며

내 시간을 가졌던 만큼 뒷걸음질한다



기차역 마중 나왔던 덩치 큰 막내는 저 멀리서부터 엄마를 보고 몸을 흔든다

큰며느리는 금쪽같은 사랑으로 달려와 나를 꼭꼭 안아주고 볼 비빈다

큰아들은 엄마의 흰머리를 보며

굵은 눈물 뚝뚝 떨어뜨린다



묻어 둔 핏줄과 가족을 끄집어내

살로 만나는 시간

집 안에 온기가 되살아난다

말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편은 일상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음에 흐뭇해한다



일도 많고 찾아오는 손님도 불러주는 이도

슬금슬금 느는

명절은 명절이다


멀리 구름도 달 따라오며

추석 쇠러 가나보다



#부재의 시간 #쌓인 먼지 #풀천지 #식구 #살로 만나는 식구 #존재의 확인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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