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4. 때마침

by 조유상

빵 한 쪼가리를 먹으며 시를 읽다 문득

눈을 드니 눈앞이 캄캄한 안개바다

바다가 언제 예까지 밀려왔나 아득해진다


때마침 안에서 팍 하고 전기가 사라진다

안팎 어둠 속에 잠시 길을 잃는다

전기 없는 세상에 익숙해려나


시의 늪에 빠졌던가

보이지 않는 길 저 어디만큼 가늠해 본다

짐작이 그간 보았던 시야를 놓치는 사이


보았고 알았고 안다고 믿었던 일이

저만치 눙치며 홀홀 사라져 간다

헤벌쭉 웃으며 조롱한다 알긴 뭘 알아


다시 어둠

다시 안개바다

다시 모름에 다다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 한 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