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때마침
빵 한 쪼가리를 먹으며 시를 읽다 문득
눈을 드니 눈앞이 캄캄한 안개바다
바다가 언제 예까지 밀려왔나 아득해진다
때마침 안에서 팍 하고 전기가 사라진다
안팎 어둠 속에 잠시 길을 잃는다
전기 없는 세상에 익숙해지려나
시의 늪에 빠졌던가
보이지 않는 길 저 어디만큼 가늠해 본다
짐작이 그간 보았던 시야를 놓치는 사이
보았고 알았고 안다고 믿었던 일이
저만치 눙치며 홀홀히 사라져 간다
헤벌쭉 웃으며 조롱한다 알긴 뭘 알아 하며
다시 어둠
다시 안개바다
다시 모름에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