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67. 그래, 지금이야

by 조유상

우리, 이제부터 피어나자


사시나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떨었다

살얼음판 디디듯 살금살금 걸었고

돌다리도 실컷 두들겨보며 건넜다

억척어멈처럼 억세게 일도 했고

밥집 사장처럼 숱한 나날

가족에게 이웃에게 밥을 해 먹였다



가끔 기뻤고 오래 버거웠다

폭죽 터지는 시간이

짧아 빛나는 거라

말하지 말자

빛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걸

절뚝거려도 걸을 수 있으면 된다



자주 열쇠를 깜빡거리고 수시로

명사를 잊어도 너라는 그리움을 느끼고

너라는 소망을 품고 있는 지금



이 지금을 오롯이

지금으로 맞이하고 살련다

누구의 가림막도 나를 막아서지 못하리

누구의 조언도 따르지 않으련다

너무 잊어 가물해졌던 내 마음속

두근거림을 나침반 삼아 찾아가련다



긴긴 겨울, 계절이 끝났다 생각했던

겨울, 비로소 우린 움트는 봄 소리를 듣는다

숨어 있던 꽃봉오리 입술 붉게 열리지 않는가



자아, 우리 이제부터 제대로 피어보자


우리는 동백







#드디어 피는 청춘 #겨울에 피는 꽃

#이제야 제철 #우리는 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