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비 그치고
흐르는 빗물은
빛을 숨키우고
나뭇잎에, 뿌리에
간지럼 태운다
사랑을 속삭이는
간지러움에
나뭇잎은 어쩔 줄 모르고
수줍다
흔드는 바람은
나무를 굳히고
떨군 꽃잎 끝에
아롱진 열매 대롱대롱
바람은 열매를
간간이 솎아주고
빗질해 올리는
연한 초록잎
새소리 들려오면
햇살 마중이다
비 그치니
어제의 눈물도 그치고
맑음에 힘입어
구름을 탄다
기억을 기록하기 좋아하는 이. 글쓰기를 위해 농부 안식년 작정하고 제주 일 년 살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