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9. 비 그치고

by 조유상


흐르는 빗물은

빛을 숨키우고


나뭇잎에, 뿌리에

간지럼 태운다


사랑을 속삭이는

간지러움에


나뭇잎은 어쩔 줄 모르고

수줍다


흔드는 바람은

나무를 굳히고


떨군 꽃잎 끝에

아롱진 열매 대롱대롱


바람은 열매를

간간이 솎아주고


빗질해 올리는

연한 초록잎


새소리 들려오면

햇살 마중이다


비 그치니

어제의 눈물도 그치고


맑음에 힘입어

구름을 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 한 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