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11. 열무김치를 하다가

by 조유상

열무 두 단을 사와 끌러 다듬다

겉은 길쭉한 열무를

안엔 짤막한 열무를 만난다

요즘도 이런 속박이를...

손을 멈추고 잠시 머문다


농부가 슬쩍 품 안에 숨긴 걸

굳이 앞섶 열고 발견한 기분이다

보물 찾은 기분이길 바랐는가


농사짓는 나는 안다

공장 틀에 찍어내는 물건 아니니

자람이 오랭이조랭이 다 있는 걸


굳이 못난 발가락 숨기듯 속에 박아 둘 게 뭐람

속에 박아놓은

짧은 열무일까, 흐린 마음일까



갑자기 꼭꼭 숨긴 못난 마음

화들짝 들켜버린 듯

혼자 얼굴 벌게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 한 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