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열무김치를 하다가
열무 두 단을 사와 끌러 다듬다
겉은 길쭉한 열무를
안엔 짤막한 열무를 만난다
요즘도 이런 속박이를...
손을 멈추고 잠시 머문다
농부가 슬쩍 품 안에 숨긴 걸
굳이 앞섶 열고 발견한 기분이다
보물 찾은 기분이길 바랐는가
농사짓는 나는 안다
공장 틀에 찍어내는 물건 아니니
자람이 오랭이조랭이 다 있는 걸
굳이 못난 발가락 숨기듯 속에 박아 둘 게 뭐람
속에 박아놓은 게
짧은 열무일까, 흐린 마음일까
갑자기 꼭꼭 숨긴 못난 마음
화들짝 들켜버린 듯
혼자 얼굴 벌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