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일탈
9월 23일
“오빠! 나 어제 여름에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 좀 샀는데 어떤지 좀 봐줄래.”
“어! 그래, 잘했네! 어디 봐! 야 그런데 뭐야 형편없잖아!”
“왜? 싫어? 나는 괜찮은데.”
“옷이 미경 미모를 못 따라가잖아! 뭘 입어도 보이는 것은 미경 얼굴뿐이야! 하하하.”
“농담 그만하고 잘 좀 봐.”
“너무 잘 어울린다. 정말 예뻐!” 정근이는 양 엄지를 세워 보였다.
“나 오늘 이천 친구 만나기로 했거든! 이거 입고 갔다 와야겠어! 괜찮겠지?”
“그래! 그런데 친구 만나러 가는데 옷이 너무 화려한 것 아니야! 꼭 애인 만나러 가는 것 같아.
“그래, 여기에 애인 있으면 금상첨화지 뭐.”
“하하하! 나는 농담이지만 당신은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아 참! 오늘 혹시 내가 늦을 수도 있거든, 동우 혜민 엄마가 봐주겠다고 했으니 오빠가 먼저 퇴근하면 좀 데리고 올래!”
“그래! 알았어.” 그는 마지못해 대답했지만, 남에게 자식을 맡기면서까지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모처럼 외출이고 요즘 아내의 표정도 많이 밝아지는 것이 천만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9월 25일
미경은 갈수록 화려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둘은 오랜 포옹으로 인사를 마치고 재호가 미리 준비해 놓은 식탁에 앉았다. 목적이 뚜렷했던 둘은 술자리가 바빴다. 연거푸 마신 몇 잔에 미경의 눈빛과 몸 짖은 요염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봇물이 터지듯 걷잡을 수가 없었다. 식탁에서 일어서자마자 서로 엉키어 옷을 벗기기에 바빴다.
그는 얼굴은 그녀의 가슴에 묻고 한 손을 허리를 부여안으며 다른 손은 그녀의 옷 속을 파고들어 마법의 숲 속 언덕을 부여잡았다. 이미 그곳은 불덩이가 되어 연신 딸꾹거리며 뜨거운 용수가 품어 나오고 있었다. 거칠게 신음하던 그녀는 그의 손이 그곳에 닿자 마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를 침대 위로 넘어트리고 두 발을 치켜들어 벌려 용수가 품어 나온 숲 속의 샘을 찾아 얼굴을 묻고 정신없이 빨아드렸다. 앞뒤로 팔딱거리는 그녀의 육체를 내려다보며 그는 자신의 영혼을 털어 넣듯 묵직한 자신의 중심을 풍만한 그 샘 속으로 깊이깊이 찔러 넣었다. 미경이의 괴성과 함께 한참 샘 속에서 요동치던 용암이 폭발하여 샘 가득히 흘러나오자 끄륵 끄륵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톱이 등을 파고들고 이빨은 그의 목을 깨물며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 부들거렸다.
한바탕의 격정이 지났다. 그는 그녀의 손을 찾아 옆으로 꺾인 자신의 중심으로 가져왔다. 그녀의 손이 장어 목을 잡듯 그의 중심을 움켜쥐자 그것이 발딱 일어나 장어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오듯 비집고 올라왔다. 그는 다시 미경 위로 올라와 허벅지를 갈라 비집고 들어갔다. 아직도 꿀럭거리던 샘은 또다시 용수를 품어 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젖무덤을 한입 물어 빨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그의 중심이 계속해서 샘 깊숙한 바닥을 칠 때마다 숨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은 반사적으로 꺾여 오그라들었다. 한참 후 그의 중심으로 꽉 들어찬 그녀 샘의 바닥에서 마침내 연거푸 폭발이 일어났다. 그녀는 이를 딱딱 부디 치며 소리 질렀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행복해! 사랑해! 사랑해요!”
드디어 광란의 시간은 지나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 널브러진 몸을 가릴 생각도 없이 그들은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한동안 말없이 재호는 그녀의 몸의 곳곳을 쓰다듬었다.
“괜찮아? 미경아! 고맙다.” 그녀는 이불속의 그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 전무님! 뭐 가요? 뭐가 고마워요?”
“그냥 모든 것이.”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전무님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재호는 빨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왜요? 전무님 좋아하면 안 되나요?” 그녀는 머리를 들고 그의 눈을 보며 다시 물었다.
“나도 당연히 미경이를 너무 좋아하지, 이제 집에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요? 저도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나 이곳에서 살고 싶어요.”
“하하하! 그게 그렇게 쉽겠어?” 당장 그럴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그러기에는 주위 가족들이 희생되는 불행도 각오해야 하겠지만. 아가야 당분간 그런 일을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대로 사랑하면 되잖아! “
”사랑해요 “ 그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택시가 밖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그는 준비했던 선물을 그녀 앞에 펴 보였다. 눈이 커지며 놀라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설명했다.
“이것은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징표야. 미경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그것은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반짝이는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였다.
9월 26일
눈부신 가을 햇살
저 푸르고 깊은 하늘
늦장 부리는 여름
들어오지 못하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을이 그리워
“어떻게 운전 연습은 좀 하셨어요.”
재호는 미경이와 그렇게 욕정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중에도 은지를 향한 애틋함을 놓지 못했다. 오히려 은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는 양 자책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그 후로 아직 못하고 있어요. 하하하!. 차가 다음 주 나오는데 그때 제 차로 해볼까 해요.”
“아! 잘 되었네요. 그럼 그때 내가 좀 봐 드릴 테니 차 나오면 꼭 연락 주세요.”
“아닙니다. 선생님! 저 혼자 살살해보면 될 것 같으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위험합니다. 아직 손발이 익지 않은 상태에서 새 차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고 사고 위험도 있으니 혼자 하면 안 됩니다.” 그녀는 주저한다.
“그리고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연락드릴게요. 그러니까 먼저 전화하시지 말고 제가 필요할 때 꼭 전화드릴게요, 미안해요.” ’아니! 이게 뭐지? 내가 너무 부담을 줬나?‘
“예? 그렇습니까? 내가 뭘 실례를 했나요?”
“아! 선생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기 노모도 계시고 해서 전화받기가 좀 불편해서요.” 어쩐지 전화받는 목소리가 예전과 달리 밝지 않다 싶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벽에 그는 당황했다. 그는 거절당한 기분에 무안하고 섭섭했다. 오매불망 온 마음 다하고 그 악몽의 순간에도 먼저 생각하게 했던 그녀는 오로지 변함없는 평행선에 머물러 있는 듯하여 못내 아쉬웠다.
그녀는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엄마한테 핀잔을 들었다. 아마 그들이 만났던 식당 여사장으로부터 무슨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아무리 하찮은 만남이라도 남자는 주의해야 한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처지에 행여 저쪽에서 볼까 무섭다. 항상 주위 시선의 무서움을 알고 자중하도록 해라.”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녀를 이대로 놓을 수가 없다. 그것이 자신의 남은 삶 자체였기 때문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희망을 걸기로 했다. 그러나 온종일 우울하다.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이 그를 더 지치고 힘들게 한다.
9월 27일
아내가 내려오기로 한 날이다. 재호는 마음이 조급해지고 긴장된다. 미경이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야 한다. 이제 죄를 짓고 빠져나가는 데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침대 시트는 새것으로 갈아 놓았고 깔끔하게 청소도 마쳤다. 혹시 미경이의 향 남아 있을까 해서 매일 환기도 했다. 역시 집에 들어선 아내는 곳곳을 둘러보며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그는 가슴이 졸였다, 특히 아내가 안방으로 들어서자 뒤 쫓아 들어가 혹시 낯선 냄새라도 맡지 않을까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웬일로 집이 깨끗하고 정돈도 잘 되었네. 평소와는 다른 것이 수상해! 혹시 여자가 다녀가기라도 했나? 하하하.” 물론 농담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는 가슴이 뜨끔했다.
“그래 아들은 요즘 분위기가 좀 어때!”
“모르겠어요. 잠잠한 것 보면 별일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다행이네, 제발 좀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지난주에 용우도 보고 왔는데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 부부라는 것이 그러면서 또 맞추어 사는 것 아니겠어요.”
“다행이네 그래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란 없지.”
“이제 아들 걱정 그만하고 당신 건강이나 챙기세요, 당신 다음 주 검진 날짜 잊지 않았죠? 이 약은 꾸준히 잘 챙겨 드시고 있지요? 조금만 기다려요,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내년에는 반드시 제과점 치우고 나도 내려올게요.”
“아니 왜? 자꾸 제과점을 그만두려고 해? 힘들어서 그래?”
“아니 당신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이러다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당신 친구 형주 씨를 생각해 봐요. 부인이 같이 있었으면 그렇게까지 다치지는 않았을 것 아니에요!”
“별걱정을 다 하는 구만. 그런 사고는 언제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고 다 그날의 일진이 사나우면 일어나는 것인데 미리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아. 지금 당신도 한참 젊고 장사도 잘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어?”
“당신도 참 이상해! 내가 내려오겠다는데 극구 반대하는 이유가 뭔데?”
“반대가 아니라 굳이 내 건강을 걱정해서 그렇다면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지. 난 아직 팔팔해요.” 그때 탁자 위에 놓인 그의 전화기가 울린다. 깜짝 놀란 그는 황급히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미경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전화기 볼륨을 낮추고 상대방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귀에 밀착시켰다.
“여보세요? 누구요? 아닌데요, 여기 그런 사람 없습니다. 그는 식은땀이 났다.”
아내의 몸은 아직도 뜨거워 이곳에 올 때마다 밤에 남편을 원했다. 며칠 전 미경이가 발가벗고 누웠던 그 자리에 아내가 누워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우선 아내의 가슴부터 아래로 다듬듯이 훑어 내려갔다. 그 동작을 몇 번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벌어 봤지만 아래 중심의 소식은 감감했다. 거칠어지는 아내의 숨소리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며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절망적이다. 아내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의 중심을 잡아 지신의 몸에 문지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것은 꿈쩍을 하지 않는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왜? 안돼? 힘들어?”
“저녁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그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
“여보 미안해 이상하게 오늘 안되네.” 그는 아내에게 창피해 몸 둘 곳을 몰랐다.
“괜찮아요. 몸이 피곤하면 그럴 때도 있지. 무리하지 말고 그냥 만져만 주세요.” 헉헉 숨을 가라앉히며 아내는 그의 손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사이 아내의 가슴에는 땀이 배어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미경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생각되었다. 그는 미안한 마음에 아내를 꼭 안아주었다.
9월 30일
요즘 아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퇴근길 정근의 발걸음이 무겁다. 특별한 증상도 없어 곧 나아지려니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일조차 버거워하여 외식이라도 하려고 해도 아이 때문인지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아했다. 하는 수 없이 그나마 술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그는 집 앞에서 통닭과 맥주를 사 들고 들어갔다.
“미경아! 오늘은 어땠어? 힘들었지!”
“아니, 내가 힘든 일이 뭐가 있어, 직장에 있는 오빠가 힘들지” 맥주잔을 채우는 아내의 표정이 밝아지며 웃는다.
“그런데 심심해, 나도 이제 낮에는 뭘 좀 해볼까?”
“뭘 하고 싶은 것이 있어? 다시 직장에 나가고 싶은 거야?”
“아니! 동우가 어린데 직장생활은 힘들고 그냥 낮에 집에만 있으니 자꾸 몸이 피곤하고 처지기만 해서.”
“그래 그런 것이 좋겠다. 동우 유치원 간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수영? 도자기 공예? 시청 문화센터에서 하는 것도 있잖아!”
“그러고 싶은데 선뜻 결정하고 시작하기가 어려워. 우선 같이 다닐 친구가 있으면 쉬운데 마땅치가 않네. 우리는 언제쯤 서울로 이사 갈까?”
“왜 서울에 있을 때가 그리워?” 무료한 이곳 시간이 아내를 괴롭히는 것 같아 정근이는 마음이 아팠다.
“다음 주에 우리 휴가 내고 남쪽으로 여행이나 다녀올까?”
“휴가는 동우 유치원 방학 때 써야 하잖아!”
“그럼 동우 데리고 당신 혼자라도 며칠 바람 좀 쐬고 오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