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비혼주의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주변에서 하나 둘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결혼 꼭 해야 하는 걸까? 나는 혼자가 좋은데...'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예쁜 커플들과 그들이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정말 좋은 사람이 생긴다면, 결혼이란 거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전히 내게는 먼 일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의 변화를 지켜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일단 나는 결혼을 생각하기 전에 연애부터 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주변에서 결혼 소식, 출산 소식을 듣다 보면, 결혼에 대한 생각. 출산에 대한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내 나이가 아직 어리다고 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적지 않은 나이다라고 할만한 나이이다.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이 아직 어린 학생 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모르는 것도 많고, 안 해본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에는 가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만나면 일찍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분들이 정말 일찍 결혼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분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아, 내 나이가 정말 적지 않은 나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이미 가정을 꾸려, 자녀가 있는 분들을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그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곤 한다.
자녀를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 저절로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나 그런 삶을 살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누군가는 말한다.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어."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책임감과 자녀를 위한 희생이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그분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퇴근하고 아주 기쁜 소식 하나를 전해 들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만난 아주 소중한 인연이었다.
참 좋은 인연이라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결혼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처럼 설레고 기뻤다.
"누군가의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행복한 모습은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내 일처럼 덩달아 기뻤다.
그리고, 그녀가 조심스레 마음을 담아 전한 말이 너무 고마웠다.
"너한테 가장 먼저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라는 말.
그녀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녀가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을 모두 보아왔기에, 그 말이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마음 한편에 간직하며, 그녀에게 수없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아직 축하해 줄 날이 너무도 많지만 그럼에도 너무 축하할 일이라서 수없이 반복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일처럼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면 이건 진짜 진심이다.
누군가의 행복한 소식이 내게도 내 일처럼 기쁜 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