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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Jan 17. 2024

입장료 무료래!

동생과 함께 들어선 3번째 클럽. 이곳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나이의 스펙트럼이 넓은 곳이었다. 특히 20대 중후반 이후의 나이대가 많은 곳이라서 훨씬 더 편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는 곳이었다. 동생의 손을 잡고, 물품 보관소를 지나서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입구에서 스탠딩 테이블 좌석이 쫘악 나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입구 테이블을 잡고 있던 남자분에 붙잡혔다. 나 아닌 동생이 먼저 붙잡혔고, 나는 따라서 그곳에 붙잡힌? 상태였다. 


술잔을 받아 들고, 멀뚱히 눈치만 보고 있자, 내 옆에 있던 남자분이 말했다. 

"클럽에 올 복장이 아닌데.... 일하고 왔어요?"라는 말이 들렸다. 


남자분의 능청스러운 말에 나는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나의 어색하고도 불안한 눈빛을 읽었는지 손에 들고 있는 술잔을 한 모금 하려는 때에 한마디 덧붙였다. 


"천천히 마셔요."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짝 목만 축일 정도로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어색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상황을 살피던 때 동생이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가자는 눈짓이 왔다.  그 와중에 나는 동생의 눈빛을 읽고는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어색한 고개 인사와 함께 내려두고는 동생을 따라 걸었다. 메인 스테이지로 입성하는 초입에서도 바로 어떤 남자에게 붙잡혔다. 


당시, 렌즈도 하지 않았던 터라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과밀집 되어 있는 메인 스테이지를 지나가려던 찰나. 메인 스테이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손이 허리를 감싸 잡고는 무대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처음 내 생각에는 "아... 내가 길을 못 지나가고 있으니까 누가 길을 터주려고 그러나 보다. 참 감사하네."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지나가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붙들린 채 어설픈 상태로 서 있게 되었다. 낯선 환경과 불편함에 나는 얼어붙었고, 함께 이곳을 왔던 옆에 서 있던 여동생을 바라봤다. 동생은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주길래 "아... 원래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뻘쭘하게 서있었다. 뒤에 있던 덩치가 한참 큰 남자분이 자꾸 말을 걸었다. "왜 이렇게 어색해해요? 처음 온 사람처럼." 이라는데, 속으로 "네. 처음 맞는데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러면서, 내가 긴장을 풀도록 계속 무언가 말을 걸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거였다. 어쨌든 낯선 사람의 손에 붙들렸으나, 불쾌한 손길은 아니라 그나마 괜찮았다. 곡은 계속 흘러나오고 뻘쭘하니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자 낯선 이의 손길도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도 어느 정도 편해졌는지 어깨 위에 손을 올려 두고는 춤을 추는데 나보다 못해도 25cm는 커 보이는 사람이 뒤에서 누르자 그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물론, 그는 누를 생각이 아니었을 거다. 아마도 얹어둔 것이겠지.. 그렇지만, 무거웠다. 어쨌든 불편한 신경전이 계속되었고, 옆에 있던 동생이 자리를 옮기자는 신호가 있어서 그전까지는 낯선 이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얼른 손길을 뿌리치고, 동생을 따라 밖으로 향했다. 


웃기게도 패딩을 계속 껴입고 있어서 그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겁게 짓눌리던 손길에서 벗어나자 새삼 가뿐한 기분을 느꼈다. 그의 손을 뿌리치고 나올 때도 쿵쿵 거리며 뒤따라 걷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한 번도 그의 얼굴을 제대로 못 봤다. 아마도 무서운 탓이었겠지?.... 


그래도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한 일이었다. 다들 20살 때 체험해 보는 일을 나는 훠얼씬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체험을 해봤으니. 그런데, 정말 지금도 당황스러운데 20살에 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늦지 않게 무언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건 여태 했던 활동 중에 클럽은 아무런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입장료 없이 놀 수 있는 곳 그리고, 어떤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나의 소비 인생에 신선한 경험이었다. 나중에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남자친구도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자친구와 단 둘이 놀러 가서 재밌게 노는 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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