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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Jan 25. 2024

호텔 음악 공연: 캔들 라이트

예술은 어딘지 모르게 오묘하다.

최근에 안 하던 생활을 해서 그런지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했다.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마음에 무얼 해도 힘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내게 유일하게 힘이 되는 시간은 오히려 일을 할 때였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종일 나를 괴롭히던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나를 답답하게 짓누르던 생각이 내가 잠들기 전까지 괴롭히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다.


모든 게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 마음 어딘가는 불편함이 계속 자리 잡고 있었다. 불편함은 이따금 고통이 되어 나를 괴롭혔다. 생각의 지옥에 갇혀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얼 해도 완벽하게 행복함을 느낄 수 없었다.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갈 때쯤. 한 달 전쯤 약속했던 공연의 날이 되었다.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은 그 전날부터 배가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컨디션이었다. 마음도 괴로운 탓에 힘들었지만, 기대했던 공연이라서 아픈 상태에서도 '꼭 보러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이 괴로운 마음을 조금은 달래 줄 수 있는 한줄기 빛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온종일 아파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다행히 아침 일찍 샤워를 했어서 그나마 나았지만, 그것도 사실은 소용이 없었던 것이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안색이 말이 아니었고, 아침 샤워 이후 계속 누워 진땀을 흘리느라 결국은 제대로 씻지 않은 사람의 꼴이었다. 그럼에도 또 샤워를 할 자신은 없었기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약속 시간이 될 때쯤이 되어서야 조금씩 움직거리기 시작했다. 사실은 움직였다는 것도 계속 누워 있느라 한 끼도 먹지 못한 식사를 챙기는 것. 그리고, 외출 준비를 하는 것 정도였다.


그렇게 아픈 상태에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를 향하면서도 조금은 걱정되었던 것이 공연 장소가 호텔이다 보니, 내 몰골이 너무 장소와 맞지 않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옷을 멋지게 차려입을 상태가 아니었기에 편한 옷차림에 겉은 패딩 차림이었고, 머리는 한 갈래로 묶은 상태였다. 하지만, 남이 뭐라고 하든 나는 공연이 보고 싶었기에 장소에 맞지 않는 차림새라는 걸 알면서도 공연장소로 향했다.


공연 장소에 들어서자 처음 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촛불이 일렁거리는 공연장 안. 불빛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공연 안내를 해주는 안내자의 손에 이끌려 미리 예매해 뒀던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이런 공연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었다. 뮤지컬이 되었든, 오페라가 되었든, 혹은 다른 종류의 공연이 되었든 늘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 티켓 값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늘 선뜻 마음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인의 제안으로 티켓값을 지불하고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공연에 참석할 용기를 내게 되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원형으로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원형으로 둘러싸인 사람들 가운데에는 우뚝 솟은 무대가 있었고, 그 위에서 악기를 가진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는 형식이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일렁이는 촛불이 공연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공연이 시작될 때에는 복잡한 마음에 집중이 안될 것 같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빠르게 연주자가 연주하는 음악 속으로 빠르게 빠져들었다. 연주자의 바이올린을 만지는 손길을 지켜보기도 하고, 일렁이는 촛불을 지켜보기도 하고, 내 귀에 직접적으로 들리는 현악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동안 나를 괴롭게 했던 생각들이 나를 감쌌고 그 생각과 함께 어떠한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저 음악 자체에만 빠져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음악에 빠져 들었고, 아름다운 선율 때문일까? 한동안 나를 괴롭게 했던 생각도 그 순간만큼은 깡그리 지워지는 것 같았다.


음악을 들으며 명상 상태에 빠져든 것 같았다. 역시, 음악은 아름다운 것이고, 내게는 이런 순간이 필요했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 갈 때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들의 음악이라는 예술과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글이라는 예술은 결국 예술이라는 것에서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 공연이 더 와닿았고,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는 나처럼 섬세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과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편하고, 행복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는 꼭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대로 나는 또 살아가겠지.라는 생각도 함께 했다.


그만큼 곡은 아름다웠고, 복잡한 마음을 편하게 쉬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공연을 보며 또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것은 가족 단위로 감상하러 온 관객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아빠와 엄마와 자녀로 이루어진 관객들. 내 눈엔 그들도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아이들은 그러한 경험을 시켜주는 부모님을 만나서 참 좋겠다.라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도 나중에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자녀에게 좋은 것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가는 길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성향상 이 길 뿐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금 계속 걷기로 다짐했다. 어차피 내게는 이 길 뿐이므로.
작가로, 예술가로 평생을 살다 가면 참 행복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던 하루였다.



누군가는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이날 내가 지불한 티켓값은 내가 느낀 감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게는 좋은 시간이었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물론, 아주 잠시 잠깐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조금 더 견딜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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