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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Jan 10. 2024

수컷향이 물씬 느껴지는 데쉬.

클럽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처음 입성한 클럽은 꼭 귀신의 집을 연상케 했다. 아니, 입구는 귀신의 집과 흡사했다. 어두 컴컴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복잡한 미로를 걷는 것 같았다. 어두운 복도 때문에 자칫하다가 길을 잃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들어선 클럽 안. 좁아터진 공간을 가득 메운 젊은 열기 그리고 눈이 부셔서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화려한 조명 그리고 그곳 뿌연 연기로 채운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


동생이 먼저 손을 잡고 무대 중앙 스테이지로 걸어 들어갔다. 생전 처음 수많은 인파 사이를 뚫는 경험을 했다. 그들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몸을 부딪혀도 대수롭지 않게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참 신기했다. 어설픈 백팩을 둘러메고 무대 한가운데 멍청하니 서 있자 한 여성이 다가와 여동생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그러고는 그 여성분이 나에게도 다가와서 다른 테이블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테이블 자리로 이끌었다. 그곳 역시 스텐딩 테이블 자리였으나 다른 공간들보다 우뚝 솟은 곳에 있는 탓에 다른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었다.


우리에게 말을 건 언니가 말했다.


"내가 아는 동생들이야. 술이 남는다고 해서, 편하게 놀아." 하고는 자리를 비키는 것이었다.


나는 여동생의 눈치를 살폈고, 낯선 남자들은 술잔에 술을 가득 붓고는 우리에게 건넸다. 나는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정말 알코올에 취약했기에 마시고 싶지 않아서 멍청하니 잔만 들고 리듬을 즐기는 척했다.) 그리고, 채 5분도 안 돼서 여동생이 눈짓해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로부터 받은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를 옮겼다.


"언니 어때?"


나는 표정이 무척이나 안 좋은 상태로 말했다.


"담배 냄새도 심하고, 시끄럽고, 별로야. 나가고 싶어."라고 했다.


"그래, 그럼 나가자." 하고 여동생이 먼저 나섰다. 그런데, 화장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여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아뿔싸.... 이 사람들을 어떻게 뚫고 지나가지?"

사람들과 부대끼며 길을 뚫을 자신이 없던 나는 최대한 널 널 해보이는 공간으로 지나다녔다. 분명 아까 들어온 길 그대로 따라나섰는데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헐... 나 길 잃은 거야?"

좁고 복잡한 공간을 혼자서 왕복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출구를 찾지 못해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여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와서 전화를 받았지만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카톡을 했다.


"나 길 잃었어. 아까 그 자린 거 같은데..." 하며 오타가 발했다. 그 와중에 우뚝 솟은 스텐딩 테이블에 서 있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단칼에 나는 " 아니요." 하고는 카톡을 치고 있는데 멀리서 구세주 같은 남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동생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동생이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를 따라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진땀이 바짝바짝 났다. 사실 남동생이 찾으러 안 왔으면, 내게 말 걸던 남자에게 "출구가 어디예요?" 하고 물을 뻔했지만, 그걸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식은땀만 뻘뻘 흘렸다. 다행히 같이 온 동생들 덕분에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웃었고, 동생이 말했다.


"우리 클럽 겨우 한 군데에서 5분 머물렀어. 다른 데도 가 볼 거야?"라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래, 그러자..."라고.


여동생이 말했다.


"언니, 여기가 우리가 놀기에 좋은 곳이야. 이곳 보다 지금 가는 곳이 훨씬 좋을 거야."라고.


그렇게 우리는 3번째 클럽에 도착했고, 바로 통과였다.

그곳에서도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그곳에서 수컷향이 물씬 나는 남자의 대시를 받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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