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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Jan 03. 2024

1월 1일 그녀의 클럽 탐방기

더 늦기 전에.

2023년 12월 31일.
 


솔로로 지낸 지 오래. 12월 24일부터 쭉 집에서 지내거나 출근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 것 외에는 집에만 머물렀다. 12월 31일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서 뒹굴거리던 그때. 가슴에서 답답증이 몰려왔다.


그래서, 아는 동생에게 연락했다.


"ㅇㅇ아 뭐 해?"


동생은 말했다. 오늘 약속이 있었는데 불발 됐다고. 그래서, 혼자 집에 있다고.


동생도 타지 사람이라 집에 내려가지 않은 것이 신경 쓰여서

"ㅇㅇ아 언니도 집 안 내려갔어. 밤에 제야의 종소리 들으러 갈래?"라며 즉흥 제안을 했다.


동생도 기분 좋게 "좋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저녁 7시.


약속을 위해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옅은 화장을 했다. 그리고 9시 30분쯤 시내에 도착하자 거리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이미 많은 인파가 줄을 서고 있었다.


"헉... 2시간이나 일찍 왔는데도 사람이 많네?" 싶었다.


나는 얼른 동생과 만나서 바로 타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이미 용의 해라고 용뿔 머리띠를 받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다행히 나는 집에만 있다가 나와서 그런지 길게 늘어선 줄 뒤에 합류해서 기다리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나름 타종이다 해돋이다 뭐 다해서 몇 년간 돌아다닌 경험 탓에 따뜻한 옷차림, 편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짬에서 나온 바이브가 아닐까?...  아무튼 그 덕에 따뜻하게 줄 서서 기다릴 수 있었다.


용뿔 머리띠와 시에서 지급하는 핫팩 그리고 녹차를 받아 들고, 공원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타종식이 있기까지 2시간 30분간 이어지는 공연을 간신히 서서 즐겼다.


동생은 이런 것을 처음 해본다고 했다.


"언니 나 이런 거 처음 해 봐. 시장님도 오네. 나 시장님 팬인데. 사진 좀 찍고 올게." 하며 혼자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동생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자 나도 덩달아 뿌듯했다. 아는 동생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혼자서 사진도 찍고 이어지는 공연도 보고, 드디어.


2024년 1월 1일이 되자마자 타종을 들었다.


타종이 끝나자마자 볼일이 끝난 나는 얼른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 전에 바리케이드 밖을 나서려고 했지만 가드 분들이 경호하고 있어서 바리케이드는 한참 동안 열리지 않았다.


그 덕에 애매한 위치에서 폭죽이 팡팡 터지는걸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좋은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폭죽이 모두 터지고 나서야 굳건했던 바리케이드가 열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질서를 지키며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차량 통제된 도로를 가득 메운 수많은 인파와 그 지점을 벗어나자 차량이 지나다니고, 인파는 도로 위에서 차와 함께 신호를 기다리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 됐다. 흡사 좀비 영화를 촬영하는 단역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수많은 인파가 있는 곳에 오래 머물러서 좋을 것 없으니 우리는 시내 안으로 진입했다.


시내 안도 1월 1일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이미 밤 12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거리에는 젊음으로 가득했다.


언니 우리 술 마시러 가자


동생의 제안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제안에 따랐다. 술을 마시지는 못했도 항상 술자리에 참석했던 나는 동생과 자주 갔던 술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여자 둘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추위에 떠느라 주린 배를 채웠다. 메뉴는 2가지였다. 뜨끈한 라면과 항정살? 고기.



동생은 막걸리를 마셨고 나는 제로 콜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새 해 인사차 연락을 주고받던 동생 중 한 명이 우리와 같은 타종식 장소에 있는 스토리를 보고 연락했다.


"oo아 누나 여기 oo술집인데 올래?"


동생은 10분 거리에 살고 있어서 흔쾌히 "응."이라는 답변이 왔다. 여자 둘이서 동생이 올 때까지 음식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동생이 오고 우리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클럽 가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원래 클럽을 갈 계획이 없었기에 복장은 전혀 클럽을 갈 차림이 아니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입뺀'을 당해도 할 말 없는 차림새였다.

하지만, 나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나 단 한 번도 클럽 안 가봤는데 진짜 가보고 싶었어. 근데 이 옷차림으로 가도 될까?"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들이 "클럽 막상 가보면 별거 없어. 누나 가보고 싶어 하는 거 보니 가보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잔잔하던 마음이 일순간 설렘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만약, 여동생과 나 둘이었다면 클럽은 가지도 못했을 텐데 덩치 큰 남동생이 합류한 덕에 남동생을 보디가드 시켜서 클럽에 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옷차림도 시원찮은 상태로 클럽으로 향했다.


남동생도 대학교 때는 열심히 클럽을 가봤지만 취업하고, 공부한다고 안 가본 지 오래돼서 요즘의 클럽은 어떤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에 가본 경험 덕에 어디 어디 클럽이 괜찮은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귀엽게 생긴 얼굴에 그렇지 못한 경험에 의외였다. 어쨌든 듬직한 보디가드 한 명과 예쁜 여동생과 함께 우리는 클럽 골목으로 들어섰다.


첫 번째 클럽. 나이 때문에 입뺀 당하다.


동생이 가자고 제안했던 곳은 힙합 클럽이었다. 동생이 힙합을 좋아하는 덕에 그곳을 추천받아서 가장 먼저 그곳으로 향하던 길에 외국인 남자 무리가 우리에게 접근해 왔다.


"예뻐. 어디 가?"라고. 

나는 그저 웃고 있었고, 예쁜 여동생이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외국인과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 상황이 그저 재미있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처음 하는 경험이었기에. 그렇게 우리는 웃기만 하다가 동생이 말한 클럽 앞에 다 달았다. 정말 웃기게도 난생처음 클럽 앞에서 줄을 섰는데 어찌나 창피한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두근두근. 드디어 신분증을 확인하던 그 순간.


"☆☆ 년생은 안 돼요."라는 가드의 말이 돌아왔다. 순간 너무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동생을 향해 말했다.


"나, 나이 때문에 안된데. 다른 데도 다 못 들어가는 거 아니야?" 라며 울상을 짓자 남동생이 말했다.


"여기가 00년생 이하 애들이 많이 와서 그래. 다른데 가자." 라며 또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통과되었다. 그런데 그곳 가드분이 한마디 했다.


"오. 저랑 동갑이시네요."라고.


그래서 나는 "풉."하고 웃고는 여동생의 손을 꼭 잡고 클럽 안으로 입성했다. 나의 첫 클럽 입성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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