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조금 불리하게 산다는 것.
그래도 살만 해.
나는 허리디스크가 심한 편이다.
물론, 올 초만 해도 심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허리 디스크가 2년 전쯤 극심하게 아팠을 때는
사실 우울의 감정이 깊었다.
내 일상의 모든 것을 방해했고,
깊고 오래된 통증은 내 마음을 병들게 하기 충분했기에.
운이었을까?
통증은 사라졌었다.
그랬기에, 나는 그냥 '가끔 심하게 아픈 몸'으로만
나 자신을 인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심한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순해서 일수도 있고..
아무튼 올해 5월 즈음 부터해서 허리가 갑자기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 나름의 방법으로?
급격히 안 좋아진 몸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감했다.
이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없음을.
이전과는 내 몸이 다름을.
그럼에도 그냥 버텼다.
아니, 당시에는 계약된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허리가 다시 아파오자 결국 3일-4일 병가를 낼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단시간에 회복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계약 때문에, 혹은 책임감 때문에 나는 복대와 진통제를 복용하고 다리를 쩔뚝거리며 출근했었다.
계약된 회사의 오래된 직원들은 그런 나에게 한마디 했다.
"많이 아파? 나이가 어린데 왜 그러지?"
"운동 안 해서 그래. 도수 같은 거 받으러 다니지 말고, 운동을 해. 그래야 나아."
"나도 디스크로 고생한 적 있는데, 운동해서 지금은 괜찮아."
등등의 말들.
걱정반, 내 고통을 이해 못 하고 가벼운 것으로 여기는 것 반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내 몸이 되어본 적이 없으니.
겉은 멀쩡해 보이니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지도.
그렇게 복대를 착용하고 일을 하는 와중에,
고위직 남자 직원 역시 내 상태가 불만족스러웠는지.
혼자 몸을 쓰며 일해야 하는 일을 굳이 복대 차고 출근한 그날 시키는 걸 보고
"지독한 인간이구나. 근데, 그런다고 내가 못할 줄 알고?" 하며. 최대한 몸을 조심하며 그 일들을 몇 시간에 걸쳐 해냈다.
그리고, 어찌어찌 내 몸의 통증은 수 일이 지나 잡혔다.
그 사람들은 몰랐겠지.
자신들이 나를 힘들게 했음을.
자신들이 옳고 나를 그르다 생각했지만,
그건 그들이 편협했음을.
그런데, 허리 디스크처럼 나는 수없이 사회생활을 하며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에.
이번 같은 경우는 내게 눈하나 깜빡할 거리도 되지 못했다.
내 몸이 불편하다고 징징 거릴 필요도 없고.
본인들이 못하는 일을 시킨다 해서 못해낼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그 회사와는 계약기간 만료로 이별했다.
이후 나의 디스크는 7월쯤 훨씬 더 깊어졌다.
다리 저림이 심해 걸음도 제대로 못 걸을 상태가 되어 큰 병원들을 방문했다.
병원에서 하는 말은 아주 심각하니 지금 당장 수술하라였다.
그러나, 나는 수술할 생각이 없었다.
응급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어떻게든 버티며,
전처럼 좋아지길 바랐다.
그러나 12월이 된 지금은 더 심해졌고.
결국, 나는 수술까지도 고려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수술 외의 방법을 써볼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이 그러셨다.
"심각하네요. 완치 후 디스크가 회복될지를 봤는데, 회복은 안 되겠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환자분 잘못은 아닌 것을."
나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 그토록 위안이 될 줄 몰랐다.
지금껏 내 허리 상태를 이야기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 운동해라, 살 빼라." 등의 말을 했다.
그런데,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만약 살 때문에 그런 거라면 나보다 더 체중이 많이 나가는데 디스크가 멀쩡한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스쳐 지나갔던 전 직장 사람들의 말까지.
"나도 돈으로 여유롭게 도수나 마사지받으면서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거도 여유가 되니까 저러고 돌아다니지."라는 말.
당시엔 그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기에 그 말을 그냥 넘겼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자 당시 흘려 넘겼던 그들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마도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과.
내 상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의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을지도.
선생님이 덧붙였다.
"남들보다 힘드셨을 거예요. 몸이 이러니, 배로 힘드셨을 거고. 그냥, 아껴서 살아간다 생각해요. 남들 100만 원으로 산다면, 50만 원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 말이 전혀 핸디캡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나만 아는 이 핸디캡으로 나 혼자 싸워왔기에.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핸디캡이라 생각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기에.
그래도, 통찰력 있는 그 짧은 한마디는 내게 위로가 되었고.
그간의 힘듦이 씻겨지는 것 같았다.
내게 정확히 필요한 말이었기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물론,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은 걸 쉽게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
근데, 그건 그들이고. 나는 나다.
남들의 말에 아파하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던 기간이 있었기에 이제 그런 것들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만큼 나는 강한 사람이 되었고.
그것으로 나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 핸디캡이 앞으로도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저 살아갈 것이다.
(개인적인 몸상태와 여러 사정이 겹쳐 꾸준한 연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구독 중인 독자분들께 양해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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