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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pr 15. 2023

물욕이 없어서,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았나 봅니다.

열심히 사는 것도 욕심이 있어야 되는 거더라.


오늘은 평소에 재미있는 일상 에피소드를 벗어나서,

조금은 진지하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평소에 글을 쓸 때, 최대한 재미있고, 실없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려 했던 이유는,

삶에서 어려움과 힘듦과 슬픔이 있을 때,

그것을 파고드는 깊고, 깊은 글들을 계속 써 내려가면, 읽는 독자분들에게도 슬픔이 전이될 것 같아서,

밝은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풀어나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물욕이 별로 없는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평소에 지출을 하는 게 있다면,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먹을 때,

그리고, 생활필수품들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살 때가 제 지출의 전부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 대신 가끔 근교 카페로 바람 쐬러 놀러 잠시 다녀오는 정도?


어쩌면, 누군가가 보면, 이미 굉장한 지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게는 저 정도의 지출이 제 삶을 유지해 주는 최소한의 지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소비 혹은 물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 정도는 생계유지 / 생명유지 / 최소한의 행복유지를 위해 쓰이는 돈이기 때문이죠.

어렸을 때부터, 예쁜 옷을 입고 싶고, 예쁜 신발을 신고 싶고, 예쁜 가방을 메고 싶고, 꾸미기 위해 필요한 색조화장품 등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를 다닐 때도,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보면, 모두, 옷을 고르는데 한참이 걸리고, 쉴 때는 항상 휴대폰으로 쇼핑 앱에 들어가서 옷 고르기에 여념이 없고, 유튜브로 화장법을 찾아보는 등의 모습이 제겐 너무나도 신기했어요. 이 정도로 저는 꾸미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고, 옷이나 다른 물건에도 물욕이 없는 편이었어요.



물욕이 없다 보니, 돈 욕심도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렇게 살았죠.

그렇기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지출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같아요.


물욕도, '남들보다 잘 나야겠다. 잘 살아야겠다',라는 마음도, 돈욕심도 별로 없이 살다 보니,

사람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밍밍하게 살아온 것 같더라고요.

예전의 저는 친구와 만날 때도, 대체로 친구가 편한 시간에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던 사람이었어요.

나는 늘 시간이 비어 있었고, 친구가 만나자는 제안은 참 즐거운 제안이니 언제든지 응하던 사람이었던 거죠.

친구들을 만나서도, "뭐 먹으러 갈래? 뭐 할래?"라고 하면, 내 의견은 거의 없었어요.

진짜로, 뭘 하고 싶은 게 없었고, 뭘 해도 그냥 다 괜찮고, 좋았었거든요. (사실은, 내 주장과 상대방의 주장이 부딪혔을 때, 그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오기 위해 약간의 알력 과정이 싫었던 것 같아요. 그 알력을 다뤄야 할 만큼,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없었다는 게 정답인 것 같네요.)


저는 이런 식으로 20대의 대부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계기로 제가 조금 더 바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제 의견을 꽤나 잘 피력하는 사람이 되었고, 내가 싫은 건 확실하게 관철시킬 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다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언제나 상대방에게 적당히 맞추는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ㅎㅎ


제가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오늘 주말이라 아웃렛을 갔다가 쇼핑을 하는 사람들 틈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내가 뭘 사고 싶을 때, 정말 사고 싶다는 열망이 끌어 오른 적이 잘 없구나?'

이전까지는 이런 제 상태에 별 의문을 안 가졌는데, 오늘은 갑자기 의문이 가져지더라고요..


'어?, 나는 왜 물욕이 없지? 남들 다 갖고 싶어 하는 명품도 별로 갖고 싶지 않고, 옷 쇼핑하러 와서도, 미친 듯이 사고 싶은 옷도 없고, 신고 싶은 신발도 없고,,,, 그것 참 희한하네?'라는 생각 말이에요.


그러다 문득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제가 지금껏 벌어 들인 소득과 통장 잔고를 생각하며, 물건에 아예 욕심을 내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았구나.'라는 걸요. 

'내 경제 상황을 항상 생각하며, 가격이 좀 비싸다 싶으면, 아예 가져보려고,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내가 만약에 소득이 정말 좋은 상태였더라도,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을까?'라고, 생각하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사실을 이제야 알다니...

근데, 또 바꿔 생각해 보면, 내 경제상황에 맞춰 물욕 없는 상태로 살아도, 지금껏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대로 잘 살아왔는 것 같단 말이죠..?


내가 만약 스스로 정말 "이런 이런 게 너무 갖고 싶고, 꼭 가져야겠고, 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단, 한 번이라도 든 적 있었다면, 저는 어떻게 해서든 소득을 높이고, 그것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거란 말이죠..


근데,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더라구요. 그래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밍밍하게 살면서도, 적당히 만족스럽고, 행복감을 느끼며 살았던 것 같더라구요.

이제야 왜, 내가 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정말 뭔가 갖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없었어요. 이미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진정으로 무언가에 몰입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에 있어서도 말이죠.


목표가 있어야 돈도 열심히 모으고, 일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도 아니라면, 경제 활동이라도 피땀 흘려가며, 밤낮없이 일해서, 큰 부를 저축했을 건데 말이죠...


제게는 그런 열망, 욕심이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생기지 않았던 그 욕심...

제게 빠져 있던 건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과거 영업과 비슷한 종류의 업무를 할 때도, '매출을 높여서, 인센티브를 많이 받아야지!

인센티브를 많이 받으면, 너무 기쁘다!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더라구요.  

그런 사람들 틈 속에서 저는 엉뚱하게 '계속 내 마음에 뭔지 모를 불편감과 죄의식과 걸림돌이 맴돌아 가슴을 쿡 누르는 것이, 답답해서 살 수가 없네...'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버텼던 것 같아요.


뭔가 돈이 아닌 '도덕성, 양심의 가책' 이런 것들이 이상하게 내 마음을 짓눌러서, 너무도 힘들었었거든요.

그 이유도, 원인도 명확히 모르겠는데, 그 일을 할 때는 항상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편히 쉬어본 적이 없었고, 병이 나서 그 일을 그만뒀을 때도, 몸과 마음에 병이 나서, 스스로 치유하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참 별난 사람이다. 싶었어요.



근데, 오늘 문득 든 생각으로 인해서, 내 열망과 욕심이 너무 없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꼭, 그 직업에서만이 아니라, 그냥 제가 경제활동을 하는 내내 '일은 생계를 위한 것일 뿐, 아무런 의미도, 이유도 주지 못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현재의 일만 하려다 보니, 제자리걸음인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알았으니, 이제부터 열망과 욕심으로 불타는 삶을 살건가?라고 물어보니,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저를 불태우며, 무언가를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여전히 없습니다.

또, 무언가를 위해 마음에 걸리는 일을 애써 외면하며, 해낼 자신도 없구요. 그저, 내 마음의 평안. 그것 하나만이 제가 원하는 가치인 것 같더라구요.


내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 되지 못한 나. 초라한 나'로 인해 내내 힘들었는데, 오늘에서야 조금은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나는 내 나름 살기 위해, 내 마음이 숨 쉴 수 있는 방법으로 살아가고, 버텨내고 있는 거구나.'라는 걸 말이에요.


그리고, 지금의 삶도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하는 중이에요.

단지 경제적인 수치로 보면, 최하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무언가를 주고, 받는 것에는 아낌없이 지출을 하고 있거든요. 그걸로도 저는 이미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고 있답니다. 물론, 최고급의 무언가는 아니더라도, 삶에서 필요한 행복들과 소소함을 유지시켜 주는 것들은 제가 해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가끔 열망에 불타오르는 삶을 살고 계신 많은 성공한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삶과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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