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 차려줘서 고마워❤️

by 초콜릿 한스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서 제일 획기적인 변화는 바로, 남동생이 변했다는 거다.

배고프다고, 밥 뭐 먹지?라고 물어보곤, 혼자서 부엌에서 뚝딱뚝딱.

그리고, 만들어진 한 끼 밥상이었다.


아마도, 최근에 남동생에 관한 글을 쓰면서, 동생이 요리를 잘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공유해 줬는데, 그 글을 읽고 나서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었다.

오늘 만들어준 메뉴도 전부 맛있었다. 계란은 본인 취향대로 반숙으로 잘 만들기도 했고,

소시지는 남자애 치고, 센스 있게 칼집도 예쁘게도 냈고, 소스와 함께 잘 볶았다.

그리고, 대망의 유부초밥.


유부초밥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다. 간단하게 먹기에 유부초밥만큼 좋은 게 없다.

만들기도 쉽고, 반찬이 없다고 하더라도, 맛있게, 배부르게 잘 먹을 수 있는 메뉴라서 유부초밥을 좋아한다.

동생들은 유부초밥을 싫어한다기보다,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장을 봐다 놓으니,

남동생이 냉장고를 뒤져 보고선, 처음으로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유부초밥을 가져오더니,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거고?"라고, 물어보길래, 나는 동생에게 퉁명스럽게 "거기 뒤에, 설명 다 돼 있잖아, 읽어봐. 식초만 밥에 짜서 넣으면 나머지는 그냥 하면 된다."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얼마뒤 남동생이 불렀다. " 여 와바라(여기 와봐)"

밥을 다 만든 모양이다 싶어서, 얼른 나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상차리라고 부른 것이었다.

"오~ 니가 웬일?! 잘 만들었다잉~~?"하면서, 칭찬해주며, 밥상을 차렸다.

남동생은 머쓱한 듯, 뿌듯한듯한 모양으로, 식탁 앞으로 왔다.


그리고, 이 기념비적인 날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동생들에게 "아, 잠깐! 내 사진 찍어야 된다. 기다려라." 하고, 한컷 찍었다. 그렇게 유부초밥도 맛봤는데, 실패할 줄 알았더니, 잘 만들었길래 "오~ 잘 만들었네? "하며, 칭찬해 주었다.


그러면서 남동생이 하는 말이, " 계란은 일부러 반숙했다. 하나씩 가져가서 먹어라. "라고, 하길래

"반숙도 할 줄 아나? 내보다 잘 만들었네 ㅋㅋ" 하며, 칭찬해주었다.

여동생도, 남동생이 차려준 밥은 처음 먹어 봤을 거다. 아마도..

평소라면, 남동생이 우리에게 "배고프다. 라면 한 개 끓어봐라~ "하며, 너스레 떨듯 장난치는 경우가 많고,

우리는 " 이기, 돌았나~ " 하면서도, 웃으면서, 라면을 곧잘 끓여주곤 했다.

물론, 얻어먹는 입장이라고 가만있지는 않고, 우리가 라면 끓인다고 주방에 서 있으면, 남동생은 옆으로 와서 얼쩡 얼쩡 대면서, 말장난을 치곤 했다.


여튼, 이런 남동생이 차려준 밥상이라 그런지, 평소에 먹는 양이 적은 여동생도, 넘치게 맛있게 잘 먹는 걸 보고, ' 역시, 누가 만들었냐에 따라 조금은 다르군..' 하며, 혼자 생각했다.

여동생이 남동생이 처음 해준 소세지 볶음을 먹으며, " 이거는 뭘로 만든 거야? "라고 물었다.

나는 아는 체 한다고,

냅따 대신 이렇게 대답했다. " 내가 먹어보니, 케찹이구만. "

그러자 남동생이 " 아는 척 하기는... ㅋㅋㅋ 지난번에 내가 큰누나한테 만들어줬을 때, 누나가 똑같이 물어서 내가 알려줬잖아."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 읭? 니가 내한테 이 소세지 볶음을 해준 적 있다고? O.O " 하자

남동생은 급 정색을 하며, " 그래, 기억도 못하나. 지난번에 한번 해줬잖아. "라고 하길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진짜였다... ㅋㅋ


나는 엉뚱한 걸 기억 잘하고, 그 나머지는 잘 기억을 못 하는 가보다...라고 다시금 느꼈다.

분위기가 급 냉랭해지기 전에 나는 얼른 " 그렇군... 그런 것도 같다."라고 했다.


정작 질문 던진 여동생은 조용히 밥 먹으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엉뚱하게 우리 둘이서 투닥투닥거리고 있었다.


어쨌든,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묵묵히 밥만 먹던 여동생이 "뒷정리, 설거지는 내가 할게! "라고 했다.

나는, 눈치를 쓱 보면서 "아니다. 내가 할게! 니는 쉬어라"라고, 여동생에게 이야기했다.

부지런한 여동생은 본인이 자꾸 하려고 했고, 남동생도 눈치를 쓱 보더니 "그래, 요리는 내가 했으니, 뒷정리는 작은 누나가 해라."라고 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시켜뿌네." 라고 핀잔을 줬다.


여동생도 자발적으로 하려다, 남동생이 저렇게 말하자, "뭐?"라고 했다.

나는 옆에서 또 거든다고, "저 봐라 누나들이 오냐오냐 해주니까 저렇다." 하며, 미운 시누이 마냥 남동생을 놀렸다.

그러자, 남동생이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 내가 할게. " 하자,

여동생이 "아니다, 내가 할게."라고 말끝 나기 무섭게

남동생이 " ㅋㅋㅋ 그럴 줄 알았다. 누나가 한다고 할 줄 알아서, 내가 한다고 했지롱~" 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이러했지만, 막상 뒷정리는 결국 "됐다. 쉬어라. 내가 할게! " 하며, 내가 다 했다.

동생들은 내가 하고 있는 모습을 구경한다고, 주방에 따라와 각자 자리를 잡고 또 장난을 한 마디씩 던졌다.

실컷 잘 먹어 놓고, 나는 남동생을 놀린다고 " 야, 누가 쓰레기를 이쪽저쪽 널어놓노. 치워가며 요리해야지, 주방이 엉망이네! " 하자. 남동생이 "어디!" 하더니, "별것도 아니구만. 치울 것도 없구만" 하며, 쓰레기를 버렸다.


그러면서 남동생도 조금 억울했는지, " 누나가 그렇게 이거 저거 치워가면서 요리하니까 요리가 오래 걸리는 거다."라고 하길래, 나도 이에 질세라 "치워 가며 하는 게 맞는 거다." 라며, 또 티격 태격하고,

여동생은 한쪽에서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ㅋㅋ 우리는 늘 이런 식이다.


아무튼, 옆에 있으면 자꾸 시끄러울 것 같아. "니들 다 각자 드가서 쉬어라. 금방 한다."하고, 다들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깔끔하게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우리의 식사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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