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를 부르는 소리
골목은 좁았다.
어깨가 닿을 만큼 좁아서
모르는 사람도 인사를 했다.
담벼락에 기대어 서면
하늘이 손바닥만큼만 보였다.
그 골목 어딘가에
내가 살았다.
해 질 무렵이면
어머니 목소리가 골목을 타고 내려왔다.
밥 먹어라, 들어와라.
그 소리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전까지 골목은 늘 시끄러웠다.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팽이치기
구슬치기
딱지먹기
골목축구까지.
골목에는 냄새가 있었다.
저녁밥 냄새
연탄재 냄새
풀빵 냄새
비 오면 더 짙어지던 흙냄새.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 냄새를 맡으면
발이 멈추고, 마음이 뒤늦게 따라온다.
골목에는 소리도 있었다.
자전거 벨 소리,
누가 부르는 내 이름,
대문 닫히는 소리,
아버지 발소리.
나는 그 소리들로
하루가 저무는 걸 배웠다.
골목은 다 사라졌다.
반듯한 도로가 생기고
높은 건물이 들어섰다.
그 자리에 골목이 있었다는 걸
이제는 말해 줄 사람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아직도 그 골목에 산다.
마음 한쪽 구석에
아직 좁고 낡은 골목 하나가 남아 있어서
오늘도 가끔
그리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골목에
혼자 서 있으면
오래전 내 발소리가
아직도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