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너무나도 무섭다. 한심하게도.
지잉- 'oo회사 서류전형에 통과하셨습니다. 면접일정은 x월 x일이고 시간과 장소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합격했다는 기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어차피 면접 봐도 떨어질 것 같은데, 굳이 쓸데없는 노력을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오만한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면접을 볼 때마다 머뭇대는 한심한 내 모습이 떠오르며 자기 방어적 회피반응이 작용한 탓이다. 나에게 합격통보는 그냥 다음 단계를 또 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일 뿐. 그래도 한 단계라도 해냈다는 보람을 느낄 새도 없다. 이런 생각과 불안이 반복되다 보니 우습게도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가 더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최소한 나의 멍청한 모습을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어지니까.
면접이 언제부터 두려워진 걸까. 예전에는 면접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서류 작성이 더 어렵게 느껴졌을 만큼 면접이 그저 나를 표현할 기회처럼 느껴졌던 때도 있었다. 물론 그때는 취업면접이 아니라 끽해봐야 장학금, 동아리 등의 가벼운 면접이었으니까 부담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본격적으로 두려워진 건.. 글쎄 특정한 시기는 없다. 그냥 취준을 시작하고 가랑비에 젖어들듯 불안이 차올랐다. 그러다 면접장에서 처음 과호흡이 왔다. 기껏 열심히 준비해 온 자기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를 보고 면접관님이 심호흡을 하라고 하실정도였다. 그 후로는 심각한 악순환에 걸려들었다. 한번 과호흡이 오니 또 과호흡이 올까 봐 걱정이 되고 과도한 걱정은 다시 과호흡을 일으켰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흔히 면접약이라고 불리는 약을 내과에서 처방받아먹어보기도 했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요즘 취업시장은 면접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이 나누어진 곳이 대다수이고 중간에 AI면접 등 기타 전형이 추가된 곳도 많다. 취업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가는데, 나는 그저 멈춰서 있었다. 고작 호흡 하나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한심한 상태로 말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면접에 갈 기회는 적어지는데 막상 가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 지원은 새로운 과정을 시작하는 행위이다. 열심히 서류를 써도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 후로 면접과 인성검사 등 다양한 단계를 거치며 나를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점점 이런 단계에 도전할 힘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듯한 기분이다. 백수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무가치감과 한심함은 싫지만 취준생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불안감과 두려움도 싫다. 어느 쪽으로 간들 답이 있을까 싶은 나날들의 연속이다. 아마 연말이라 느껴지는 우울감의 역할도 클 것이다.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뉴스에서 보던 그냥 쉬기로 선택한 청년들이 이해될 정도로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날들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면 오히려 스스로를 더 책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취업을 통해 사회에 소속되고 싶다는 마음은 살아있다. 이 마음이 살아있는 한 취준을 멈출 순 없겠지. 더디더라도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기를 바란다. (물론 요즘은 그조차도 손 놓은 상태지만)
아마 이 글이 2024년의 마지막글이 될 것 같다. 2025년이 된다고 내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새해버프를 받아서라도 작은 희망이라도 생기면 좋겠다. 여러모로 지긋지긋하고 지독하게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기적을 만났던 2024년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