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쓸모없는 내가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아침부터 기가 죽었다. 내 잘못도 아니고 사장님 잘못도 아니었다. (아니, 내 잘못은 맞나?) 별 이상한 상황도 아닌 그냥 평범한 대화 때문이었다. 새로 들어온 알바에 대해 궁금하셨던 사장님은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다. 시작은 늘 나이다. 27살이라는 답에 사장님은 스물일곱?!! 이라며 놀라서 반문하셨고 나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바이트생치고는 많은 나이라 이젠 익숙한 반응이긴 하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마음도 괜찮은 건 아니다. 다음은 역시나 취업 관련질문들. 일단 취업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날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젯밤에는 장마맞이 새 크록스를 사기 위한 서칭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떠오르자 도망치고 싶을 만큼 너무 부끄러웠다.
사장님이 가시고 혼자 남아있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상적인 질문에도 당당하게 답하지 못하는 모습 자체가 이 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아니라는 반증처럼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이러다 서른까지 취업 못하는 거 아냐?,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결국 세찬 비가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며 이런 날 어느 강에라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다다랐다. 이토록 쓸모없이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 끝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살짝 무너져있는 취준생의 생각회로는 이렇듯 늘 부정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많다. 그것도 속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 예를 들면 직업, 소속, 나이, 연봉 등에만 말이다. 소속과 직업은 없고 나이만 많은 취준생에게는 하나하나가 수준급 팩트폭력 질문들이다. 이를 직접 느끼고 난 후에는 특히 내 또래를 만날 때는 최대한 저런 질문은 안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사회는 나이에 따라 주어진 과업들이 있고 그 임무를 달성하지 못한 사람은 은연중에 패배자 혹은 잉여인간으로 여겨진다. 그 사람이 어떤 노력을 해왔고,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는 상관없이 단지 나이로 평가된다는 사실이 참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누가 그랬다. 내 노력은 나만 알면 된다고. 겉모습으로 평가당하는 것도 익숙해져야겠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오늘의 일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다. 취업만 해봐라! 그딴 질문 따위 이제 두렵지 않을 거야! 물론 그런 질문을 내가 먼저 하는 일도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