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의 삶
5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 자꾸 통장을 펼쳐본다.
내가 만약 퇴직 후 몇십 년을 더 산다면 필요한 액수는 얼마인지, 이 돈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또 계산하고 계산해 본다. 불안장애 환자처럼 강박적인 모습을 보인다.
우연히 박정미 작가의 {0원으로 사는 삶} 책을 읽게 되었다.
여러 상을 수상한 도서이다. 작가가 직접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담요를 입은 사람}도
제작되었다.
[환경 파괴, 기아 문제의 주범인 현대 농식품은 소비자의 과잉소비 없이는 성장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의 탐욕이 인류와 맞닥뜨린 중대한 문제들의 원인이다. 인간의 탐욕이 지구를 뜨거워지게 만든다. 맛있는 음식을 더 싸게, 더 많이 먹으려는 탐욕과 멀쩡한 음식을 죄책감 없이. 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은 지금 잠시 멈춰야 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었다.
내 상황에 맞게 덜 먹고 덜 사면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충분히 적은 돈으로 만족하며 살 듯하다.
돈 안 들이고, 정서적 만족감을 갖게 하는 것은 독서, 글쓰기 등 얼마든지 찾으면 많을 듯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건 마음이 미래에 있다는 의미이다. 미래를 기다리지 않는다.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를 온전히 존재한다}라는 글귀는 매우 마음에 와닿았다.
최근 빚 때문에 자녀까지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들도 자살로 마감하려 했던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물질이 따라주지 않으면 정신이 아무리 강해도 다시 말해 기본적인 물질의 보장 없이는 삶을 살아가기에는 힘겨운 현실이다.
어디까지 물질적 만족을 가져야 될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요새는 대중매체가 발달해 저절로 비교가 된다. 내가 굳이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그들 부류에 속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상실감을 갖게 되고 자기 비하를 갖는다.
나처럼 독신인 지인이 있다. 그녀는 비싼 차에 30평 넘는 집에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연금까지 받고 있다. 그녀는 늘 자신만만하고 당당하다.
미래에 과도하게 걱정하는 나를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에 달관하고 초월한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자며 나 스스로 토닥여 준다.
그래야 억압된 욕구는 어떤 식으로 든 지 삐져나와 결국 돈 때문에 나와 타인을 힘들게 할 것이다.
세상은 나한테 공짜로 주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공기, 햇볕 등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지 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한 시도 살지 못한다.
충분히 나한테 충족되어 있음을 깨닫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쓸 돈이 풍족했으면 좋겠어, 돈 때문에 일하지, 뭐 하러 직장 다녀, 백화점에 물건을 마음껏 사보고 싶어” 등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다. 공감이 충분히 간다. 전에는 난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돈에 초연해”라는 생각으로 그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서 그들의 태도를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했다.
난 물질에 욕망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욕망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음 또한 알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라는 나름의 성찰을 해본다.
{0원으로 사는 삶} 참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