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곱게 화장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그대로의 맑은 피부이고 싶다.

by 반야

보통 화장은 나를 위해서도 하지만 타인을 위해서 다시 말해 나를 만나는 사람을 위해서 '예쁘게 화장하는 것이 예의다'라고 한다’라는 통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온 85세 할머니가 나에게 일침을 가한다. 85세의 나이임에도 화장을 해서 그런지 피부가 깨끗하고 곱다. 시니어 모델을 해도 될 듯한 외모와 건강을 갖고 있는 분이다. 그녀는
“왜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냐”며 예쁘게 하고 다니라며 진심 어린 충고를 한다.


“예”라고 했지만 기분은 약간 씁쓸했다.


위에 언니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절대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꼭 살아있는 송장 같다”며

나를 만날 때도 어김없이 화장을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학생들 앞에 서야 하는 그녀인데, 혹여 학생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단호하다. “얼굴을 뭐가 묻은 것처럼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학생들 시선에 당당하다. 50대 후반을 넘어서는 그녀이다. 젊었을 때도 화장한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 여하튼 그녀의 확고한 생각은 지금까지 이어져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종교법인인 재단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난 평상시 화장을 신경 쓰지 않다가 어쩔 수 없이 회의에 참석할 때는 정성껏 얼굴을 바르고 한 번 바를 것 두 번을 바르고 모임에 참석했다.

마주 앉은 수녀님의 얼굴이 참 예뻤다. 피부도 오히려 곱고, 왜 굳이 일반인은 화장을 해야 하는 것이 예의이고 나를 가꾸는 한 모습이라고 생각할까?


지난번 화장을 하지 않은 친구와 식사를 했다. 전혀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 입술 색깔이 깨끗하고 예뻤다. 그녀를 만날 때는 화장하지 않는다.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내 입술 색깔은 약간 검으스레 하다. 난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화장을 해왔다. 부작용인지 입술 색깔이 깨끗하지 않다.


여하튼 그녀처럼 용기 내어 화장을 하지 않고 한모임에 참석했다.

스킨과 로션만 바른 얼굴에 전혀 화장을 하지 않고 가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립스틱은 발랐다. 마주 앉은 한 지인이 “살이 많이 빠져 보인다, 전에 통통했던 얼굴이 더 낫다”며 “식사 좀 많이 챙겨 먹으라”며 걱정된 듯 얘기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검고, 생기가 없어 보여서 그런 듯했다.


기존의 정답이라고 여겼던 가치에서 벗어나 다른 가치를 실천하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과 비난, 조언이 두렵다.

화장에 지출하는 비용도 적지가 않다. 그녀처럼 화장하지 않아도 당당하고 싶다. 화장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해야 할 것 같으면 하면 된다. 꼭 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떤 것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다 가고 싶다. 그러기에는 난 여전히 용기가 필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마스떼" 말하기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