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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란 뭘까? 도대체 나는 상담을 알고 상담을 하는지

상담은 어렵다.

by 반야


대학교 시절, 강의시간에 교수님이 “상담이란 뭐죠?”라고 질문을 학생들에게 했다. 나는 손들어 “무의식에 있는 것을 의식화하는 거요”라고 대답했다. 교수님은 나의 표현에 매우 흡족해하였다. 그때의 기분은 뭐라 할까?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정의는 내가 정의한 것이 아닌, 어느 책에서 주워들은 것을 말했을 뿐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암기식 공부 방법이었다. 그 뜻도 제대로 모른 채 말이다.

지금 상담에 대해 정의해 보려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온전해 내 언어로 경험되고 체화된 것의 언어 정의가 생각나지 않는다.


상담은 {상대의 말을 판단하지 않고 그냥 듣는 것이며 절제된 공감으로 함께 하는 과정이다}로 나름 정의해 본다. 누군가의 대화를 할 때 이 원칙을 지키면 일상생활에서도 늘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남이 해놓은 것은 참고는 할 수 있으나 나의 사고로 유출한 개념은 상담을 힘들게 생각하지 않을 듯하다.

대학 때부터 상담 관련 이론을 공부했는데, 지금 50대 후반에서 돌아보면 나는 뭐를 알고 실천하고 있을까? 상담 관련 이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하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여러 이론을 기웃거리며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서양의 이론을 수입해서 그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느라 바쁘다.


독립철학자 이종철의 {철학은 반란이다}에서 “왜 한국의 학자들은 여전히 학술과 사상을 수입만 하려 할 뿐 자신들의 생각을 발전시키려 하지 않은가? 그들은 끊임없이 어디 새로운 것이 없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비즈니스 오퍼상처럼 수입만 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나도 그랬다. 상담 관련 이론을 다 이해하느라 이 세상을 마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언감생심 그에 대한 비판은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암기하고 이해하려 애썼다.

그렇다고 내가 한 이론이라도 정확히 알아서 일상생활에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 그렇지 않다. 이론 따로 행동 따로인 나를 본다. 한 가지를 알고 제대로 실천하기 참 힘들다.


상담은 대상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료인 개인상담실에서 상담과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상담은 다를 듯하다. 한 이론으로 똑같이 적용딜 수는 없는 듯싶다. 그래서 상담이 어렵다. 인지행동이론은 만성정신과 환자에게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냐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있다. 그에 대한 나의 연구가 부족하다. 그래서 그런가 나의 상담 관련 이론의 지식은 늘 답보상태다.


정신분석학은 대학교 때에 처음 접했다. 참 어려운 이론이었지만, 인간은 착해야 한다는 나에게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였다. ‘본능과 양심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인간’ 지나치게 본능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양심적이지 않는 '나'가 건강한 나라고 말한다. 나의 죄책감을 덜어주게 한 이론이다. 큰 틀에서 내가 이해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다. 칼융의 분석심리학을 접했다. 너무 놀라웠다.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로 읽게 되었다. 또 다른 충격이었다. 그림자, 페르소나, 집단무의식, 개성화 등의 개념은 한층 더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뿐이다. 상담기술을 늘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 장정은 저자인 {정신분석으로 상담하기} 구입해서 읽고 있다. 저서에서는 '이름을 달리하는 수백여 개의 심리치료 이론이 상담 현장에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김정규 저서의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접하면서 상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1995년에 발행된 책으로 파워포인트로 나름 작성해서 반복해 보곤 하였다. 나 자신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융합, 자립, 실존적인 삶, 책임자각, 체험확장, 성장 등 이 책의 궁극적 심리치료 목표를 이해하면서 어떠한 마음자세로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나마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종철의 {철학은 반란이다}에서 공부는 일단 기존의 축적된 지식, 이론과 사상들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수동적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자신의 생각이 샘솟듯 분출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이때 비로소 자신의 생각과 관점이 생기고 자신의 입장에 따라 가타부타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저서 {쉽게 설명한 정신과 면담법}에서 Morrison은 환자에게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끔 5분 정도 주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은 라포형성에 도움이 되는데 이때 환자들이 가장 괴로운 점에 대해 털어놓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다.


난 어느 때 보면 1분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내 판단, 견해를 드러낸다.

평상시 대화할 때 5분 정도는 들어주는 습관을 갖자고 다짐해 본다.


책에서 나온 상담이론은 내 것으로 가져오지 않는 한 아무 의미 없음을 안다. 내 실생활에서 적용해 보는 중요하다. 내 삶을 잘 살아낼 때 상대방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상대의 이야기를 5분이 뭐야 1분도 들어주기 힘들어 조언, 충고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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