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도둑
고사성어 배중사영 (쓸데없이 의심을 품고 고통받는 것)이 매우 와닿는다.
언니는 농사를 짓는다. 두 차례의 암을 겪고 더 이상 생계유지를 위한 생업전선에 뛰지 않고
그저 건강을 위해 텃밭을 가꾼다.
더 건강이 악화될까 걱정이지만 나름 생활을 즐기며 살아가 있다.
어느 날 텃밭 앞에 낯선 대형트럭이 주차해 있다. 강아지에게 밥을 주기 위해 밭에 왔다.
운전자는 우리 텃밭을 기웃거린다. 대뜸 나에게 “복숭아 팔아요. 사고 싶은데”라며 잘 보이지는 겨우 들여다봐야 보이는 복숭아나무를 보고 말한다.
언니가 농사지은 것이니 내가 선뜩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잡초를 뽑고 있는 언니는 아직도 영글지 않았고 팔만큼 많지 않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잽싸게 복숭아나무 달려가 떨어진 것 주어다 그 낯선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기분 좋게 받아 들고 잠시 후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난 후 언니는 나에게 갑자기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며 “낯선 사람에게 왜 복숭아를 주냐”며 화를 낸다.
내가 상대를 의심하면 세상은 의심거리로 가득 차다.
언니는 윗집에서 고추 말린 것을 가져가 버렸다고 말한다. 그 여파로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
오히려 의심이 들수록 친절하게 대하면 상대가 그럴 마음이 들더라도 내려놓지 않겠냐며 나름 반박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숭아를 준 나를 계속 비난한다. 오지랖도 넓다며...
살면서 의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나를 보호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다.
뉴스나 주변이웃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나에게 일어날 것처럼 생각하여 과도하게 민감하고 경계를 하는 것이 문제인 듯하다.
일단은 사람을 믿어야 한다.
(0원으로 사는 삶)에서 저자가 자전거가 고장이 나서 지나가는 차에 손을 흔들어 도움을 요청했다.
운전자는 손등에 문신이 있는 거친 인상의 남자였다.
그는 무사히 그녀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운전자는 내려다 주면서 제발, 이런 짓을 두 번 다신 하지 말아줘요“라며 진심 어린 걱정을 남기고 떠났다.
”당신 말대로 세상에 나쁜 운전자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좋은 운전자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신처럼 말이죠! 이것이 내 인생 첫 히치하이크였다."라고 한다.
그 후로 낯선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좀 더 좋은 복숭아를 줄 것을....
{정신분석으로 상담하기}에서 “편집분열자리에서 편집은 외부에 악의에 한 대상에 의해 자신이 박해받고 손상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의미한다. 그 두려움으로 상대방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것은 무의식에 안정적인 지지와 돌봄을 받고 싶어 한다는 무의식적 소망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언니를 좀 더 이해하는 기회를 주었다. 또한 정신장애인 공동생활을 운영하면서 당사자들의 증상을 포용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타인의 의심찬 행동의 이해를 넓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