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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세요

편견해소

by 반야

그녀는 아침 8시 어디에 가는지 바쁘게 걸어간다. 약간 추울 텐에 반팔이다. 맞은편에 걷고 있는 나는 그녀와 얼굴이 마주쳤다. “어디 가나요?”라고 관심 있게 물어보았다. 오늘은 “네”라고 짧은 목소리로 얼굴표정은 반기듯 인사해 준다.

2년 전 집에서 나와 장을 보러 가는 중에 그녀가 옆에 지나간다. 혼자서 중얼중얼 얘기를 하고 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머리를 단발머리로 깔끔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남자같이 짧은 머리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파마머리에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고, 같은 아파트 단지로 오고 가며 보았던 그녀이다. 차츰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에게 왠지 더 눈길이 갔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텐데... 왜 치료를 받지 않고 있을까? 간혹 마주치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동네 주민과 다툼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뭐가 화가 났는지 상대방에게 대든다. 상대방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20년 이상을 정신건강 분야에 일을 하고 있다. 여전히 공격적인 당사자를 만나면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때론 공격적인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소진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당사자는 극히 소수이다. 일반화시켜 정신질환자를 무서워한다는 것은 인지적 오류이며 큰 편견이다.


오랜 세월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들과 함께 하며 느끼는 것은 “그들은 선하다”라는 생각이다. 그가 살아온 환경을 이해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진다.


오늘 집을 나오면서 외출하여 돌아오는 그녀를 보았다. 인사를 먼저 건넸는데, 지난번과는 다르게 무표정하게 나를 대한다. 꾸벅 인사를 했지만, 표정이 없다. 뭔가 힘든 일이 있는가 보다. 뒤를 보면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낮에 이용할 수 있는 주간재활시설에 다녔으면 좋을 텐데.... 상담도 하고 많은 도움을 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은 그런 재활훈련시설이 없다.


전보다는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면 약물치료는 받고 있는 듯하다.


여하튼 나의 공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주칠 때 따뜻하게 눈 인사해 주는 것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연민적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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