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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배 Dec 12.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90

엄마가 준 김치를 다 버렸다

Paige Jiyoung Moon (b. 1984, Seoul)

"Mom in the Kitchen", (2016)

Acrylic on canvas



엄마가 준 김치를 다 버렸다







20년 전 일이다





엄마는 애가 안 생기는 딸이 불쌍했고





사위는 쏘지 않는 레이저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아기를 맞지 못하는 딸에 대한

미안함은





자주

음식으로 배달이 되었고





철딱서니 딸은

밖에서 잘 먹고 다





빈 냉장고 속 과하던

김치통은





얼굴 몇 번 못 비치고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시기가 시기인지라





온통 김치 이야기가

풍년인 "브런치"





한 여든 엄마의 글이 내 눈길을 잡는다





"앞으로 몇 번 더 해줄 수 있을까?"


"힘이 들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힘이 들어도"


"자식들 먹는 김치를

엄마가 해주지 못할 때 느끼는"


"상실감과 서운한 맘이 더 클 것이다."





결혼은 했지만 주부는 아니던 시기





방치된 김치를 버리며

철딱서니도 내다 버리던 나는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나를 본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한평생 살면서





수도 없는 변태의 과정을

너나없이 겪는 우리는





과연 지금 내 눈에 이상해보이는

 어느 사람을 함부로 비난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서문"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엔





로마 문학 사상

가장 독창적인 문호의 한 사람이었던

세네카 Seneca의 이런 글이 쓰여있다





"진리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서서히 밝혀지게 마련.

우리 먼 후손들은, 자신에게는 아주 뻔한 것조차

우리가 모르고 있었음을 의아해할 것이다..."





이렇게 당대 아무리 대단한 현자라 해도





인류지성의 발전은 본디

기존을 부수며 완성되어 왔던 것





따라서





지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옳을 수 없는 세상





당장

내 눈에 조금차지 않는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자진해





온기가 가득 찬 렌즈낀 채

바라봐주면 어떨까





또 누가 아는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참고 있는 사람 역시





함, 맘 잡고

세볼라치면





양쪽 손,





아니  가락동원해도

한참 모자랄 지경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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