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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계영배
Dec 16.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94
뉴스만 보면 싸웠다
Carl Randall
"
Japanese Ink Heads"
One of six panels,
Japanese ink on Japanese paper
113 x 186cm
뉴스만 보면 싸웠다
그렇게 좋다며 결혼해 놓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 때문에
피 튀기는 건 예삿일이었다
어린 아들은
무섭지 않았을까
밥 한 번 아니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
들
쉴드를 위해
난
왜 그리
자주
불을 뿜었었는지
대학시절 신촌은
데모가 잦았다
맨 학교 앞
이
미용실이나
옷가게 일색이던 우린
하루가
멀다 하고
옆
학교
연대 앞으
로 밥을 또 술을 찾아
떠
났고
누구는
운동화 신고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치는데
우리는
굽소리를 또각거리며
황급히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엄마가 되었다
엄마
란 자고로
철저히
만들어지는 것
힘들게 얻은 엄마 자리
무척
멋지고 싶던 난
자주
자질부족을 느꼈고
여러 이유로 필요성이 대두된 공부는
자연스레
지적허영을 견인했다.
그런데
그놈의
지적허영이 문제였다
안정된 30대 여성의 지적허영엔
정치 한 스푼 정도는 들어가 줘야
왠지 있어 보였고
최루탄 냄새는
연신 코로 들어와도
두 눈
을 떴으나 감은 듯
지나치던
20대를 사죄라도 하듯
나는
"
바보 노무현
"
을 보고
울고 또 울었
었
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죽고 못살아 결혼한 남편은
피가 파란 사람이었다
대치동 8 학군 한복판에서 평생을 산
어른 스머프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민주화 주역
들
을 신봉하는 부인을
못 견뎌했고
"
그들 역시 다 똑같은 사람일 뿐
제발
신격화는 지양하자
!"
외쳤지만
분당좌파 부인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
고
매번 불을 뿜기 일쑤였다
그저
까다로운 취향으로 대표되는
본인의 에지 있는
삶에
예리한 시대고찰은
필수라고 생각했고
애써 쌓아 올린
우아함
위에 얹은
정치색
한 스푼에
대단한 지식인이라도 되는 듯
자기만족의 강에서 유유자적하며
고상
비슷한 것
을
떨
곤 했
었던
것이다
서양 격언에
"
20대에 진보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는 것이고
40대에 여전히 진보인 사람은
머리가 없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처칠의 말로 오인된 이 격언은
나를 위해 전해지기라도 했던 걸까
언제부턴가
내가 추앙해 마지않던
많은 민주 진영 인사들은
크고 작은 이슈들로
얼룩져갔고
거듭되는 실망 끝에
나는
"
거봐라
그들도 다 똑같은 사람일 뿐 아니냐?"는
남편의 발언에
더 이상 쉴드를
포기하고 깊은 심연으로
몸을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사실,
그 어느
민주 진영 인사도 내게
자신들을 그렇게 추앙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었다
그저
내 머릿속에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저 맘대로
믿어놓곤
또 저 혼자 실망했다
샐쭉해져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젊음이 좋다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이젠
뒤집어 보지 않아도
뒷면이 보이는
신비한 눈을
가지
게 되는 것
인간은 그저 아무리 날고 긴대도 인간일 뿐
나는
그저
저는 나서지 않고 숨어
생긴 죄책감을
민주화 투사들을 그저
추앙하는 보다 쉬운 방법을 통해
간편히
씻어내고 싶었던 건
아녔을는지
"
데블스 에드버킷 devil's advocate
"
이란 말이 있다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선의의 비판자로
지금
양극단에 서 있는
양대 진영이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
나의 발목을 잡는 헤이터
"
가 아니라
데블스 에드버킷
으로
인식하며 현명하게 처신하는
기지를 발휘해 보면
어떨까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얼굴
나는 나의 대한민국을 믿는다
코리아나 - '손에 손잡고' (1988) | Koreana- 'Hand In Hand' (1988 서울올림픽, Seoul 1988 Olympic theme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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