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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계영배
Dec 15.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93
같은 여권을 쓰는 사이
Carl Randall
"
Hanabi"(2010)
Watercolour and Acrylic on paper
31 x 48cm
같은 여권을 쓰는 사이
"
수금지화목토천해명!"
"
수금지화목토천해명!"
"
다 돌대가리들이야?"
"
수업 시간에 몇 번을 외웠는데
그걸 틀려?!"
"틀린 놈 다 나와!"
라테시절,
여학교 애들도 맞는 건 매한가지였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엉덩이를 맞을 때 교복 치마가
심하게 펄럭여 민망할 수 있으니
맞는 동안
교복
치마를 좌우지간
꽉
붙
잡고 견뎌야 한다는 것뿐
그로부터 십 수년이 지난
2006년
,
집에서 뉴스를 보던 난
깜짝 놀랄만한 비보를 접한다
바로
"
명왕성
"
이 더 이상
"
행성
"
이 아니라는 것
순간 십수 년 전
그 쉬운 문제를 틀렸다며
세상 똥멍청이 취급당했던
우리 반 친구들의 부푼 엉덩이가 생각났다
뭐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해야 하고
구형에 가까운 모양을 지키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주변의 천체들을 끌어들여
위성으로 만들 만한
자가 중력이 존재해야 행성이라 한다나
뭐라나
이렇게
사물이 존재하는 원리에 대한 지식은
과학기술이 발전해
더 많은 발견을 함에 따라
앞으로도 무한 변경될 것이고
그 과정은 또한
우리가 사는 세상 발전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
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대상의 명칭이다
배울"학學"에
학교
"
교
校
"
를 쓰는
"
학교
"
는
예나 지금이나
"
배우는 곳
"
이고
"
아침에 하는 운동"이라는 뜻의 "아침운동"은
예나 지금이나 "아침운동" 이듯
뭐든
한번 명칭이 붙여지면
미세한 변화는 있을 수 있으
나
크
지 않고
명칭이야말로 그 자체로
"
본질
의
대변
"
이
기
때문이다.
범국가적 중대사에
하루종일 시끄러운 티브이 속
한 젊은이가 든 피켓에 선명한 글자
"
민주주의
民主主義
".
"
국민이 주인인 정치제도
"
를
부르
는 명칭인
"
민주주의
"
의 본질은
"
국민이 주인인 상태
"
일터
그러나 지난
"
주인
은
따로 있는 듯한
날
"
들이 쌓이면서
국민들은 묻고 있는 듯했다
우리나라는
"
민주주의
"
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
나라
인가?
《공자 가어(
孔
子家語)》에서 공자는 말한다
"
수능재주, 역능복주
(
水能載舟, 亦能覆舟
)"
물
(백성)
은 배
(임금)
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가족 간에도 정치 이견으로
아버지가 투신을 하는 마당에
그간
모든 권리 찾기에
피냄새가 나던 우리 민족에겐
나라의 주인 여부는 사뭇 남다
르
지 않을까
명왕성 이슈 등
행성 여부는 물론
얼마 전부터 심지어
약 46억 년이라고 다녀간 굳게 믿었던
지구나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연구도 발표되는 등
불변의 지식은
애당초
존재가 불가능한 듯한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
들이 있다
면
바로
이름에 정체성이 박제되어 있는 것
"
아침에 먹는 밥"이
"
저녁식사
"
일 수 없고
"착한 사람"이라
불리는데 나쁘면 잘못됐듯
"민주주의民主主義"는
단어
에
"
국민이 주인
"
이라 떡하니 박혀있으니
주인
의 말이 묻히
는 순간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를 댄데도
자연스레
"
민주주의"는
아니게
되는 건
아닐는지
중도층
인
나
도
요
즘
이리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우린 모두
그저
"
같은 여권을 쓰는
사이
"
때문 일터
영국만 명예혁명 있으란 법
이
있는가
그 옛날 민주주의 이름은
피비린내 나는 슬픈 손으로 지켰지만
이 추운 저녁 젊은 얼굴
들
은
조명 없이
도
빛나
는 얼굴로 지킨다
실로
눈이 부시다
애국가 ('올드 랭 사인' 버전) [National Anthem of Korea, 'Auld Lang Syne' ver.]
keyword
국민
민주주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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