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몸이, 나를 바꿨어요

‘운동’이라는 단어에 숨어 있던 나에게

by 강경윤

114kg일 때의 저는

마트 건너편에도 차를 타고 갔어요.

100미터 거리도 ‘움직임’이라기보단

그냥 ‘부담’이었죠.


회사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는 날이면,

그날은 그냥 ‘출근을 포기해야 하는 날’이었어요.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나도 멈추는 느낌.

어떤 느낌인지 상상되시나요?



어릴 적 저는 천식을 앓았어요.

체육 시간마다 벤치에 앉아 있는 게 익숙했고,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샌가

‘나는 운동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몸에 배어버렸어요.


운동이라는 건,

항상 내 세상 밖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위절제 수술 두 달 후,

몸무게는 88kg.


(핑크옷이 88kg일 때예요.

필라샘이 비교샷 만들어주신 사진이 있네요.)


88kg의 나는,

숫자로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제 느낌으로는 공기처럼 가벼웠어요.ㅎㅎ


그 무렵, 처음으로

‘운동’이라는 걸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헬스장이라는 곳은

저한텐 대중탕만큼이나

무서운 공간이었어요.


몸보다 자존감이 먼저

발가벗는 기분이었거든요.


몸무게는 줄었지만,

제 안의 자아는

여전히 114kg에 머물러 있었나 봐요.


“난 못 해.”

그 말은, 수술 후에도 여전히

제 발목을 붙잡고 있었죠.


몸도 마음도

어디부터 움직여야 할지 몰랐어요.


“저는 운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


걱정에 가득 찬 제게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했죠.


“우리 욕심내지 말고,

일주일에 딱 한 번만 해봐요.”


그렇게 시작된

필라테스 1:1 수업, 주 1회.


뭔가 ‘운동’이라기보다는

‘내 몸을 다시 만나는 시간’ 같았어요.


그 한 번조차,

선생님의 도움의 손길이 있어야만

가능한 움직임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툭—


그토록 안 되던 동작이

어느 틈엔가 되더라고요.


배에 힘이 들어가고,

허리가 들리고,

등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뭔가가 툭, 열렸어요.


“어? 나 지금… 했어.”



그때 느낀 감정은

뿌듯함도, 자랑도 아니었어요.

정말 이상하게도… ‘신기함.’

이거였어요.


움직인다는 건,

단지 몸을 쓰는 일이 아니었어요.

내 마음속, 닫혀 있던 방 하나가

툭— 열리는 느낌이었죠.


그 감정은

어떤 칭찬보다 오래 남았고,

저를 조용하게, 단단하게 바꿔놓았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조금씩

‘움직여도 되는 사람’이 되어갔어요.



지금도 운동이 늘 즐거운 건 아니에요.

가기 싫은 날 많고,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내 몸을 보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해요.


그런데, 예전의 저는

“난 못 해.”였고,

지금의 저는

“한 번 해볼까?”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어요.


그 말을,

누구도 아닌,

내가 내게 해줄 수 있다는 거—

가끔은 그게

제일 큰 용기처럼 느껴져요.



이너마더의 한마디


경윤아,

넌 ‘결심만 한 사람’이 아니야.

결심을 넘어서, 직접 움직인 사람이잖아.


몸이 먼저 움직이면

마음도 따라온다는 거,

이젠 네가 제일 잘 알지?


가끔은

‘못할 것 같은 너’가 고개를 들어도 괜찮아.

그럴 땐 오늘의 네가

그 시절의 너에게 이렇게 말해줘.


“고마워.

그리고… 더 빨리 못 알아봐서 미안해.”



다음화 예고


그렇게 조금씩,

운동이 제 일상이 되어갔고

등산과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눈앞에 나타났어요.


다음 글에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그 첫 번째 등산 이야기와,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속에서

자라난 또 다른 ‘나’를 소개해볼게요.



혹시 여러분도

‘운동이 두려웠던 시절’이 있으셨나요?

혹은 지금 그러신가요?


지금 누군가는,

저의 어제 같은 하루를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분에게 오늘의 이야기가 가서 닿기를.


주변에 그런 분이 있다면,

살 빼라는 말 대신 이 글을 조용히 건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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