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먹도록 회피형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

불완전한 둘이 만들어가는 사랑의 방식

by 강경윤

연애는 늘 쉽지 않다.

하지만 회피형과의 연애는,

‘쉽지 않음’의 다른 차원이었다.


전화는 자주 끊기고,

대화는 늘 어딘가 모자라다.

필요한 순간에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묻곤 했다.


“나는 왜 이 나이 먹도록,

회피형을 사랑하고 있을까?”


습관 때문일까?

외로움 때문일까?


아니었다.

이 나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 나이 먹었으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감정을 잘 모른다.

화가 나도 그게 화인지 모르고,

서운해도 그게 서운한 줄 모른다.


그럴 때 나는 말해준다.

“그건 화가 난 거야.”

“그건 속상한 거야.”


아이들은 금방 배운다.

“아, 이게 화구나.”

“아, 이게 서운한 거구나.”


하지만 어른은 다르다.

수십 년 쌓인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포돌이를 보고 있으면,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 같다.

다만 성인이라서,

배움은 훨씬 더디다.


답답하다가도,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아, 저건 서운해서 저런 거구나.”

“아, 저건 그만하고 싶다는 뜻이구나.”


내 안에서 짜증과 이해가 동시에 올라왔다.

억눌린 화가 목 끝까지 차오르다가도,

피식, 웃음이 터져버리곤 한다.



최근에 있었던, 차돌박이 사건.


며칠 동안 내가 “차돌박이 먹자~” 해도

시큰둥하던 포돌이.


그런데 가족모임에 갔더니

차돌박이 1kg가 덩그러니 있었다.


“어? 이거 뭐야?”

“먹고 싶다 했잖아.”


순간,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면서도

웃음이 났다.

즉각은 못 하지만,

뒤늦게라도 챙겨놓는 사람.


그 행동에 또 스르르 맘이 풀리는

참으로 가벼운 내 마음. ㅋ


겉으론 무뚝뚝해도,

속으론 분명 마음을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단지, 타이밍이 늘 늦을 뿐.



어쩌면 포돌이는,

따뜻한 말을 충분히 듣지 못한 채

자랐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수고했어.”

“사랑해.”


그런 말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표현할 언어도 갖지 못한다.


예전 같았으면 화가 났겠지만,

이제는 “그래서 그럴 수 있구나” 하고

이해한다.


그건 포돌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역시 그리 따뜻한 말을 많이 듣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괜히 다정한 말을 쏟아내며 버티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서툴렀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회피형이야.”

“불안형이야.”


하지만 나는 안다.

완벽한 안정형은 없다는 걸.


우리는 모두

불안과 회피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시도다.



그런 의미에서 포돌이는 달랐다.

자신이 회피형이라는 걸 인정했으니까.


그건 분명,

변화의 씨앗이다.


모든 변화는

‘인정’에서 시작되니까.


멀어질 듯하다가도 끝내 이어졌고,

말은 서툴렀지만

행동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회피형과 불안형의 만남은

사실 대부분의 연애를 닮았다.


한쪽은 기대고 싶어 하고,

한쪽은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


그러다 부딪히고,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웃는다.


우리도 그렇다.

나는 불안하고,

포돌이는 회피한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함께 머물기를 선택한다.



완벽한 안정형 연애는 없다.


우리는 그저,

불안과 안정 사이 어딘가에서

조금씩 서로를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늦게라도 내 앞에 놓이는

차돌박이 1kg 같은 마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사랑하고 웃는다.


그것이 불완전하지만,

우리의 방식이니까.


그러니, 회피형을 사랑하는 이들이여.

너무 겁내지 말아요.


서툴고 불완전한 그 사랑 안에도

분명 진심은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나이 먹도록,

여전히 회피형을 사랑하고 있나 봅니다.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경윤아,


회피형을 사랑한다는 건

늘 기다림과 혼란을 동반해.


기다리다 지치고,

지쳐서 화내고,

결국 내가 나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많지.


근데 꼭 기억해.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저 표현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거나,

말해도 소용없단 걸

너무 일찍 배워버렸을 뿐이야.


그러니 중요한 건,

너 자신을 잃지 않는 거야.


화도 내고,

이해도 하고,

그러면서 너를 챙기는 것.


그게 제일 건강한 사랑이야.


그러니 지금 너,

정말 잘하고 있어.


기다리는 사랑이 아니라,

함께 자라나는 사랑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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