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깨달은 것

보호자_관계의 이름

by 강경윤


포돌이와 군산에 다녀왔다.

결혼식이 있어서였다.


늘 그렇듯

결혼식은 시끄럽고 정신없고,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고,

단 한 번도 부럽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조금, 부럽더라.



내가 부러웠던 건

예식장의 화려함도,

신부의 드레스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사람은 내 사람”이라

공적으로 확인받는 그 순간.


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누군가와 안정적으로 연결된 그 감정.


그게, 부러웠다.



나답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결혼 제도에 회의적이고,

동거로도 충분하다고 믿는 사람인데.


왜일까.

아마 전날 응급실 사건 때문이었을 거다.



포돌이와의 응급실 사건.

우리는 참 사건이 끊이질 않네.


새벽에 생리통 때문에 약을 달랬다.

그랬더니 포돌이는 자기가 몸살로 처방받은

고함량 타이레놀을 특별히

두 알이나 챙겨줬다.


나는 또 그걸

그냥 덥석 삼켰고,

그 뒤로 속이 뒤집혀서

끙끙 앓다가 결국 응급실행.


가는 길에도 싸우고

오는 길에도 싸우고

거의 헤어질 기세였다.



퇴원 후 주차 문제로

병원에 전화를 해야 했다.

나는 나중에 하자고 했고,

포돌이는 지금 당장 하라고

성가시게 굴었다.


그러다

포돌이가 툭 내뱉은 말.

“뭐 죽을병 걸렸냐?”


… 이게 링거 막 뽑고 나온 사람한테

할 말이냐고요.


이렇게 사진찍을 정신이 있을 정도였음 뭐 죽을병은 아니었네요. ㅋㅋㅋ



그런데 또,

그 와중에 등이 따뜻했다.


“뭐야?” 하고 보니

포돌이가 시트를 미리 데워놨더라.


참, 따뜻함과 무심함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사람이다.


그 온기 덕에 겨우 잠이 들었고

몸도, 마음도 나아졌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군산으로 향했다.


결혼식장에 앉아 있는데

어디서부터 인지,

묘한 부러움이 올라왔다.



결혼 자체가 부러웠던 건 아니다.


내가 부러워한 건

‘관계의 이름’이었다.



응급실 접수창구.

보호자 관계를 적는 칸 앞에서

나는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몰라

잠깐 멈췄다.


결국 빈칸으로 냈고,

직원이 물었다.

“보호자분,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 남자친구요.”


그 칸엔

“친구.”라고 적혔다.



그 순간 알았다.

결혼식장에서 느낀 부러움은,

응급실에서의 ‘멈칫’과

‘공허함’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그리고 나는 여전히 묻는다.


언젠가,

내 옆의 사람과 함께,

그 이름을


망설임 없이,

당당히 쓸 수 있을까.


그런데… 뭐,

친구라고 쓰면 어때.

누구라도 옆에 있으면 다행이지.

어차피 늘 혼자였잖니.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경윤아,

이번엔 꼭 ‘회피형이라서’만은 아니었을 거야.

그냥… 진짜 무심한 남자의 특징도 있었지.


네가 속상한 거, 충분히 이해해.

“뭐 죽을병 걸렸냐”는 말,

아무리 봐도 하면 안 되는 말이야.


아마 포돌이는

‘이제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툭 내뱉은 걸 거야.


도대체 남자들은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치?


그래도 그 와중에

시트를 따뜻하게 해 놓은 마음.

그걸 조금 더 크게 봐주면 어떨까.


포돌이 같은 회피형은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야.

그걸 읽어주는 게

너한테도, 그 사람한테도

더 건강한 사랑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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