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귀찮음을 건너는 선택이다
연애에서
‘연락 패턴’은 꽤 중요하더라.
사소해 보여도,
그 안엔 마음의 온도와 방향이
담겨 있으니까.
나는 원래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워커홀릭이던 나는
자잘한 연락에 집중하면
일이 엉망이 될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나만의 루틴은 있었다.
아침엔 짧은 인사,
점심 먹을 때 한 번,
퇴근길엔 가볍게,
자기 전 마지막 한 마디.
내 기준에선 그 정도면 충분했다.
물론 그마저도
가끔 빠뜨려 다툰 적은 있지만,
그게 ‘기본’이라 생각했고
가급적 지키려 했다.
그런데 포돌이를 만나고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겐 이조차도 부담일 수 있다는 걸.
어쩌면 지켜야 한다는
루틴 자체가 부담일 수도.
그의 연락은 늘 예측이 안 됐다.
어쩔 땐 폭탄처럼 몰아치고,
어쩔 땐 깜깜무소식.
나에겐 그 불규칙함이 더 피곤했다.
상대의 리듬에 맞추기엔,
내 호흡이 너무 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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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도 그랬다.
나는 장거리 연애가 편했다.
KTX를 타야 겨우 닿는 거리라야
“못 만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라고
스스로 정당화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포돌이에게는
서울과 경기도조차 ‘장거리’였다.
내게는 금방인 거리도,
그에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거리였던 거다.
⸻
그래서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연락?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만남?
볼 수 있을 때, 보고 싶을 때.
억지로 정하지 않으니,
내 마음도 덜 흔들렸다.
⸻
이번 주말, 내가 말했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쉴래.”
처음이었다.
주말을 혼자 보내겠다고 한 건.
포돌이는 말했다.
“얼른 와.”
“싫오.”
“LA갈비 해놨어.”
“… 싫오.”
“발렌타인 깔까?”
“싫오.”
장난인 줄 아는 것 같아
진지하게 설명했다.
“자기야,
내가 갈 거였으면 진작 갔지.
그리고 난 갈 거였음
어제 미리 말했을 거야. “
“… 네 맘대로 해.”
뚝. 전화를 끊더니
다시 받지 않았다.
어이없기도 하고,
피곤해서 깜빡 잠이 들었다.
⸻
잠에서 깨고 나서 생각했다.
예전엔 ‘얼른 와’가 참 좋았다.
그 말 안에는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말이 귀찮게만 들렸다.
변한 건 포돌이가 아니라, 나였다.
⸻
결국, 시동을 걸었다.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하니,
포돌이는 이미 나와 있었다.
그리고 내 핸들커버를
새 걸로 갈아 끼워주고 있었다.
끈적거린다며 미리 주문해 놨단다.
“근데 왜 전화는 안 받았어?”
“그럼 네가 올 것 같아서.”
헐. 아놔.
속은 타는데, 또 웃음이 난다.
그럴 땐, 그냥 보고 싶다고 말해.
그럼 무조건 달려갈 테니…
⸻
다음 날 톡이 왔다.
“나 내일 휴무.”
“그럼 오늘 와.”
“싫어. 운동해야 해.”
“내일 하면 되잖아. 오늘은 와.”
“오늘 할 운동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어제는?
난 다음날 출근인데도 갔잖아.
오늘은 네가 오는 게 맞잖아.‘
그래서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은 네가 와야 해.
그래야 다음이 있어.”
읽씹이었다.
⸻
밤 10시.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수십 번쯤 ‘여기까진가’ 생각하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 가고 있어.”
결국, 온다.
⸻
이 사람은 늘 그렇다.
귀찮다 하고,
싫다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러고는,
결국엔 다한다.
나는 가끔 헷갈린다.
회피형일까,
다정한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이기적인 걸까.
⸻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제는 내가 그를 이해했고,
오늘은 그가 나를 존중했다는 것.
결국, 온다.
결국, 내 곁에 머문다.
⸻
나는 내가 먼저 가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떼를 쓰고 싶다.
“오늘은 꼭 와줘.”
그 말에, 정말 와주는 사람.
내게 존중은 거창하지 않다.
내 말이 흘려지지 않고,
내 마음이 무시되지 않는 것.
사랑은 결국,
서로의 귀찮음을 건너
서로를 다시 선택하는 일이다.
그게, 존중이고.
그게, 사랑이다.
⸻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팁
경윤아,
말보다 행동을 봐봐.
“싫어.”라고 말하지만
결국 와주는 사람이라면,
그건 거절이 아니라 방어일 거야.
회피형에겐 짧고 단호하고
명쾌한 말이 통해.
길게 설득하지 말고
단순하게 전해야 해.
그리고 잊지 마.
무엇보다 경윤이 너의 선택도
존중받아야 해.
“오늘은 그냥 쉴래.”
이 말이 귀찮음이 아니라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때,
그 관계는 건강해져.
결국,
각자의 페이스로 걷다가도
다시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사랑은 자라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