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도시락_나도 요리하는 여자예요.
114kg 때의 식습관,
아주 단순해요.
쫄쫄 굶다가, 밤에 폭풍 흡입.
그리고 그걸 계속 반복했어요.
메뉴는요?
당연히 몸에 안 좋은
배달 음식들이 대부분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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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이후에는
싹~~ 다시 바꿔야 했어요.
아가들이 이유식부터 먹듯이
저도 단계별로 하나하나
다시 배웠어요.
처음 적응기를 지나
한 단계씩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일반식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와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어요.
위를 자른 거지,
먹고 싶은 마음까지
자른 건 아니니까요.
‘먹고 싶다’고 다 먹어버리면
위는 놀랍게도, 다시 늘어나더라고요.
그 놀라운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습관’이 필요했어요.
저절로,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게 진짜 습관이잖아요?
그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솔직히, 수술이 제일 쉬웠어요.
수술 이후로
습관을 기르기 위한 시간들은
더욱 치열했고,
지금도 치열하게 살아내는 중입니다.
습관을 기르기 위해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을
한번 정리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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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사 기록하기
일단 그날 먹은 걸 적어봤어요.
먹는 양은 줄었지만,
내용을 보면 의외로
칼로리가 높더라고요.
특히 탄수화물은 빨간색으로
표시해보라고 하셔서 해봤어요.
밥을 거의 안 먹으니까
탄수화물도 많이 안 먹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요,
우와… 이렇게 붉은빛일 줄은 몰랐어요.
꼭 쌀만 탄수화물이 아니니까요.
다이어트하겠다고 먹은
‘오트밀’, ‘통밀샤우도너’
무심코 먹은 것들이
모두 탄수화물이었답니다.
탄수화물을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모르고 먹었던 것들이 많았다는 뜻이에요.
기록을 해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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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체중은 일주일에 한 번만 재기
체중계는 제 기분을
들쑥날쑥하게 만드는 시소 같았어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오르락거렸어요.
“으악, 영양사님…
저 어제 식단 진짜 잘 지켰는데
왜 오히려 살이 쪘을까요?”
영양사님이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요.
“1~2kg 정도는
누구한테나 생길 수 있는 변화예요.
크게 신경 안 쓰셔도 괜찮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진짜 오두방정도
이런 오두방정이 없었어요.
100kg 넘을 때는
체중계 쳐다보지도 않던 제가,
1kg 가지고 울고 웃고 했으니까요.
좀 부끄럽지만,
그만큼 간절했나 봐요.
‘다시 찌면 어떡하지?’
‘이번엔 안 빠지면 어떡하지?’
그래서 정했어요.
체중은 일요일 아침, 딱 한 번만 재자.
그렇게 조금씩
몸무게에서 자유로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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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시락 싸기, 일명 소꿉놀이
프라이팬도 없던 제가요,
마트에서 채소를 고르고
계란을 삶고
닭가슴살을 굽고
예쁘게 담아봤어요.
정확히 말하면,
요리라기보다는,
진짜 ‘소꿉놀이’ 같았어요.
그걸 도시락통에 담아서
회사에 들고나가기 시작했죠.
처음엔 어설펐지만
이상하게 참 재밌었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제가 만든 음식은…
맛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덜 먹게 되더라고요.
이보다 더 실용적인 다이어트가 있을까요?
그렇게 시작된 도시락 소꿉놀이는
처음으로 제 자신을
스스로 챙기기 시작한 날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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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식사 시간 지키기
식단만큼 중요한 게
바로 ‘식사시간’이었어요.
한 번에 먹는 양이 줄다 보니까
하루 종일 찔끔찔끔
나눠 먹는 버릇이 생기더라고요.
사과 한 입 먹고, 딴짓.
반숙란 하나 먹고, 또 딴짓.
어렸다면,
엄마한테 등짝 맞았을 행동이죠.
영양사님은 또 알려주셨어요.
“식사는 20분 안에 마치고,
그 뒤로는 2~3시간 공복을 유지해 보세요.”
“조금씩 자주 먹는 건
몸이 늘 뭔가 들어올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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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결국,
반복에서 만들어지잖아요.
그리고 그 반복은,
즐거워야 유지돼요.
아이들 독서 습관 교육할 때
제가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자주 즐겁게 놀자!”
“습관은 자발성,
주도성,
그리고 즐거움에서 시작돼요.”
그 말을요,
지금은 제 자신에게 하고 있어요.
스스로 원하고,
스스로 주도하고,
무엇보다 즐겁게.
억지로는 오래 못 가요.
누가 시키면 하기 싫고요.
그런데 ‘놀면’ 달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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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식사를 ‘놀이처럼’ 대하고 있어요.
칼질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제 도시락통은 색연필통 같고,
식단은 제가 그리는 그림이에요.
이렇게
소꿉놀이하듯 식습관을 만들고,
지금도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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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부모가 식습관을 길러줬지만
이제는 제가 스스로 길러야 하잖아요.
그게,
생각보다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 안의
‘이너마더’를 깨웠어요.
물론…
말 안 듣고 더 먹다 체하기도 했고
먹으란 건 맛없어서 안 먹고,
먹지 말란 게 더 맛있고…
그렇게 야금야금
요요가 오기 시작했죠.
그제야 알겠더라고요.
이너마더 말을 안 들으면
몸은 결국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요.
그래서 가급적(?) 말을
잘 듣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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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울면 원하는 걸 얻었어요.
천식을 달고 살던 저를 위해
엄마는 뭐든 사줬거든요.
그거라도 먹으라고요.
지금 제 안의 이너마더는요,
울어도 몸에 안 좋으면 안 사줘요.
대신,
왜 우는지는 꼭 물어봐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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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의 한마디
경윤아,
먹고 싶은 거랑
먹어야 하는 건 달라.
지금 넌,
그걸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그게 식습관이고,
그게 네 몸을 사랑하는 연습이야.
다음화 예고
식습관 기르기 위해
또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재밌어야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해야 ‘습관’이 되더라고요.
다음엔
놀이로 배우는 식습관 놀이 2편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