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특정 학생이나 개인을 지칭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된 이야기이므로 재미로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보건선생님께서 조심스레 말씀을 하셨다.
'00 이에게 머릿니가 있는 것 같아요..'
이는 학교 차원에서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00 이는 형제가 굉장히 많았고, 우리 학교에만 해도 3명의 형제들이 이미 재학 중이었기 때문이다.
'머릿니'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일지도, 누군가에게는 가렵고 불편했던 불쾌한 기억일지도, 누군가에겐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벌레 혹은 그냥 모르는 것 일 것이다.
다만 나게는 그날의 보건선생님의 저 한마디로 인해 듣도 보도 못한 벌레 놈에서, 한순간에 우리 학교의 주적으로 격상한 존재가 될 뿐이었다.
주적이 되었다고 끝나겠는가? 대책 마련을 위하여 보건 선생님과 나는 비밀 동맹을 맺고 협의를 하며 신속하게 머릿니의 박멸을 위한 스텝을 밟아나갔다.
우선 학생의 자리를 조정했다. 놀랍게도 이 머릿니라는 놈들은 접촉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머리나 옷으로도 옮겨갈 수 있는 놈들이었던 것이다. 추가적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통합교실과 특수학급에서의 자리를 살짝 분리하여 확산을 방지했다.
다음으로 여러 물품을 구입했다.
행정실의 협조와 응원으로 머릿니용 샴푸와 참빛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걸로 00 이의 머리를 시원하게 감겨버리고 싶었으나, 학교에서의 의료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보건선생님의 우려스러운 의견이 있어 가정으로 보내 꼭! 온 가족이 사용하시기를 당부드렸다.
연장선으로 가정방문을 통해서 가정의 상황을 파악하고 상담을 실시했다. 많은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침구류와 옷을 세탁하고 이를 박멸하기 위한 협조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직접 머릿니를 잡아주었다. 사실 양심 고백하건대 나는 선뜻 잡아줄 용기가 나지 않아 보건선생님 옆에서 응원만 했다. 보건선생님은 나의 힘 빠지는 응원이 무색하게 경험에서 나오는 현란한 쪽집계와 참빛질로 머릿니를 톡톡 터트리며 박멸해 나가셨다.
아마 요즘 머릿니가 유행했다면 하나씩 톡톡 터뜨리는 머릿니 ASMR 같은 게 유행하지는 않았을까?
특수학급과 보건실의 합동 작전이 시작된 지 1학기 만에 머릿니는 박멸되었다. 다시 한번 인류가 승리한 것이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 머리 안쪽이 가려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의 속 타는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순수하게 해맑던 00 이가 떠오른다.
녀석은 잘 자라서 지금은 건강한 고등학생으로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리고 그때의 해맑은 미소는 여전히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