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잎새 Sep 18. 2024

공모전, 그 치열한 정글 속으로


공모전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하는 대형플랫폼의 공모전이......


웹소설 플랫폼의 양대산맥답게 N사의 공모전은 그야말로 치열한 정글, 그 자체다.


마감기간쯤엔 무려 1,000여 편에 달하게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들이 매일매일 쏟아져 내린다.


그중에선 제대로 읽히지도 못한 채 저 어디 심해에 파묻혀 있는 소설들도 수두룩하다.  


그런 소설들 중에서 필력도 좋고 작품성도 있는 글들도 있지만 일단 독자들은 조회 수가 많은 소설들을 우선적으로 클릭하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이 눈에 띄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 만한 작품들은 공모전 결과에 상관없이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사실, 웹소설과 순수 문학의 경계 어디쯤에 존재하는 나의 소설은 이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장에서 원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 공모전 때는 공모전 분위기가 어떤지, 과연 독자들은 어떤 소설을 좋아하는지, 최종심에 오르는 소설들은 어떤 작품들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무턱대고 참가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덤벼들었던 그때는 창작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힘든 줄도 모르고 글을 썼더랬다.


그래서 마냥 가슴이 떨렸고, 그래서 무진장 즐거웠고, 그래서 부담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뭘 알고 참여하게 된 두 번째 공모전은 그때와는 마음가짐부터가 사뭇 다르다.


잠을 자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매일 한 편씩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은 사라졌지만,


대신 더 잘 써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양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시시각각 밀려나는 순위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허울뿐인 거짓말.


아무리 수상과 조회 수가 관련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 글을 계속해서 써 나간다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웹소설은 특히나 그렇다.


오늘 네이버카페에서 첫 소설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어느 작가님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읽고는 가슴이 뜨끔했다.


바로 내 얘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공감한다는 댓글들이  많이 달려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 작정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순간, 더 이상 재미있기만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미 800여 편에 달하는 무수히 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상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고, 조회수 상단에 오르지 못할 것도 뻔히 알면서 내가 이곳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그렇다고 출판사에 투고를 할 것도 아니면서.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무런 소득도 없는 일을 허리까지 아파가며 하고 있는 것일까......?


잠시 턱을 괴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첫 소설을 완결내고 뒤에도 계속해서 유입되는 독자들을 위해 스페셜 외전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어떤 독자분이 작가님이 글을 참 잘 쓰시네요라는 말과 함께 내 글에 반했다는 그 한마디를 남겨 주셨는데, 그때 내가 느낀 희열과 감동은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앉은자리에서 깨춤이 절로 나올 만큼 행복한 일이었다.


그래... 마디가 쉬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퇴근 후에도, 황금 같은 주말 아침에도 나를 노트북 앞에 앉게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역시 출간도 하고 싶고, 경제적인 소득도 얻고 싶고, 이름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먼저 이루고 싶은 것은 내 소설을 재미있다고 생각해 주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한다는 거다.


수상결과와 상관없이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이 있으면 힘을 내서 어떻게든 완결까지 써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부담감으로 잔뜩 경직된 몸에서 조금만 힘을 빼보자.


처음 소설을 쓸 때 느꼈던 그 설렘을 다시금 떠올려 보자.


수시로 머릿속에 떠다니는 엉뚱한 상상 속에 온전히 나를 맡겨 보자.


그래... 바로 그거 말이야......


정글 속이 아무리 치열하다고 해도 다음에도 또 기꺼이 그 속으로 뛰어들 거잖아......


그렇다면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그냥 편안하게 즐기자. 그리고 오직 쓰는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해 보자.


#일단 한 번 클릭해 보면 내 것도 재미있는데... 생각보다 되게 재미있을지도 모르는데... 궁시렁궁시렁

 ㅡ.ㅡ ; (순전히 내 착각)































 










 

매거진의 이전글 슈퍼맨 슬라이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