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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Sep 19. 2024

어설픈 나를 위한 변명


보기에는 안 그럴 것 같이(?) 생겼는데, 사실 나는 요모조모 어설픈 구석이 많은 사람이다.


허당이란 소리도 심심찮게 들어본 것 같다.


슈퍼맨 슬라이딩에서도 밝혔듯이 길바닥에서 넘어지질 않나, 퍽! 퍽! 어디서든 잘도 부딪히고 다니질 않나, 심지어 문을 닫다가 발톱이 끼어 피가 철철 난 적도 있다.   


뭐든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그냥 기본옵션이다.  


완벽한 J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내 휴대폰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곤 한다.


자유자재로 유영을 하고 있는 화면 속 어플들을 보면서 내 대신 정리를 해주고 싶어서 손가락을 부들부들 떤다.


공기방울이 알알이 맺힌 액정을 보면서 너는 절대 J가 아니라고 외치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나는 분명 J가 맞는데 왜 지들 맘대로 내 MBTI를 바꾸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기계에 약할 뿐인데...... (참고로 청소와 정리정돈이 취미입니다. 고로 다른 건 J 맞습니다ㅡㅡ;)


그중에서도 어설픔의 절정을 이루는 손으로 하는 일들인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못하는 일이 바로 바느질, 뜨개질, 가위질 주로 '질'자로 끝나는 일들이다.


한마디로 그야말로 똥손인 것이다.


손뜨개 가방? 내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돈 내고 시간 내서 쓰레기를 만들 일 있나......


종이접기? 분명 영상을 보고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데도 다 만들고 나면 기가 찬 결과물이 탄생한다......


하다못해 택배박스 포장까지 엉망이다.


하지만 이런 똥손인 내게도 다행히 반전은 존재한다.


손재주가 지독하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천운(?)인지 요리만큼은 똥손이 아닌 것이다.


물론 요리를 할 때도 나의 칼질만큼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내가 재료손질을 하는 것을 보는 사람마다 꼭 한 마디씩 참견을 빼놓지 않는다.


진짜 요리해 본 거 맞아? 칼 잡는 자세가 왜 그리 엉성해? 그러다 손까지 자르겠다!


못 미더운 표정으로 내가 도마 위의 재료들과 씨름하는 것을 보던 사람들은


막상 내가 만든 요리를 맛보고 나면 더 이상 나의 어설픈 칼질에 대해 입을 대지 않는다.


거봐... 내가 맛있을 거라고 했잖아......(씨익)


얼마 전 누군가에게 내가 똥손임을 실토했더니 천사 같은 마음씨를 가진 그녀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제일 중요한 걸 잘하니 됐네... 다른 것 좀 어설프면 어때, 요리 잘하면 됐지!


그 순간 그녀의 등 뒤로 진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떨어져 나간 블라우스 단추를 달면서 내가 해놓은 바느질에 흠칫 놀란 것도 잠시,


나는 이제부터 내가 잘하는 것들에 자부심을 갖고 살기로 했다.


이런 어설픈 나라도 몇 가지 쓸 만한 재주도 있긴 하니까, 후훗!


#너 오늘 올린 8장, 좀 괜찮았나 보다? 관작도 붙고 순위도 좀 뛰었네. 거봐, 너도 잘하는 게 있다니까!

그나저나 다음 장은 언제 쓸 건데? 에세이 쓰지 말고 소설을 쓰시오,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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