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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Feb 27. 2023

안부편지

개학이 싫은 팔불출엄마 올림

안녕하세요? 

제가 애정하고 또 친애하는 독자님들, 그간 다들 건강히 잘 계셨나요?

부끄럽게도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어색해서 경어체로 글을 써봅니다.


그간 방학 중 아이들의 케어라는 핑계로 브런치에서 글쓰기에도 소홀했어요. 게으름 피웠더니 브런치한테 이런 야단도 듣고요.ㅎㅎ

그래도 변명을 해보자면 매번 브런치에 들어와 저의 소중한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글들은 열심히 읽었어요. 흔적도 나름 열심히 남기고요.

역시 전 독자의 자리가 편하네요. 브런치는 엄연히 글 쓰는 플랫폼인데 전 읽으러 들어오는 것 같아요.

제 본문 글 쓰기보다 댓글 쓰는 게 더 술술 잘 써지는 것도 신기합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볼까 고민도 많이 하고 사실,  썼다가 금세 지운 글도 몇 편 있었어요. 또 몇 문단을 쓰다가 결국 발행하기를 누르지 못하고 서랍 속에 방치된 글도 있네요.

일기처럼 쓰던 글이 이제는 어색해져서 이렇게 변화를 줘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기다음에 잘 써지는 게 편지글이거든요.ㅎㅎ

편지로 쓰니 한결 가까워지는 것 같고 좋네요. 글쓰기 리듬을 되찾을 때까지 가끔은 이리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출처_ 네이버 이미지




드디어 거의 2달이 가까운 겨울방학이 끝나갑니다. 얼마 전 방학을 시작하며 느낀 설렘과 나름 비장(?)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개학하면 엄마들이 환호성을 지른다는데, 저는 좀 특이한 모양인지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이대로 이 달콤한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에요.

분명 방학 중에는 나의 여유시간이 제대로 없었고, 끊임없이 챙겨야 하는 육아로 육체적으로는 분명 귀찮고 힘들었거든요. 특히, 이번 방학에는 첫째의 교정을 위해 첫째와 맞는 치과를 찾아다니느라 그야말로 정신없었어요. 드디어 찾은 치과에서 2주 간격으로 발치를 하고, 보철장치를 시작해서 적응시키느라  매일 체크하고 첫째의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개학 전 끝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바쁘고 힘든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모처럼 가까운 놀이공원으로 가족나들이도 가고, 둘째의 생일 파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좋은 상황이든, 아니든 아이들의 표정을 가까이 볼 수 있어 다행이었고, 함께 그 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사실, 뒷담을 좀 보자면요, 우리 집의 남매들의 육아란, 예민한 첫째와 여간 둔해도 너무 둔한 둘째의 양극사이에서 밸런스 찾는 게 쉽지 않은 정신없는 시소와도 같답니다.

식성도 완전 반대여서 매 끼 반찬도 각자 따로 만들어줘야 하는 귀찮음을 동반하고 있죠. 체질도 달라서 딸은 따뜻하게, 아들은 시원하게 옷도 따로 챙겨야 하고요. 아, 그 밖에도 자잘한 게 많지만 적당히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을 탓할게 아니라 신경을 많이 쓰는 저의 성격 탓인 게 맞죠. 제 성격상 나름 잘해준다고 아이들에게 일일이 1대 1로 맞춰주다 보니 더 힘들어진 육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1~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참 육아가 나랑 안 맞는구나, 너무 힘들구나... 하면서 좌절도 많이 하고, 눈물도 많이 훔치면서, 힘도 참 많이 들었던 시절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도 조금씩 큰 건지, 내가 제대로 적응한 건지 오히려 티격태격하며 복작복작해도 같이 있는 아이들과의 하루가 어느덧 더 편하고 좋아졌어요. 아이들과 좀 더 느긋하게 뒹굴거리는 이 시간이 세상 달콤합니다. 아직은 아이들과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어쩔 수 없는 팔불출엄마입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개학이 반갑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개학을 꺼리게 된 이유는, 그간 겪은 아이들의 새 학기 증후군을 겪었던 경험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봄이면 다시 올라오는 아토피로 고생하고, 호흡기가 유난히 약해서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내성적 성격이라 새 학기에는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려서인지 집에서도 한층 예민합니다.

특히 둘째의 경우 새학기 증후군이 유독 심해서 학기가 시작되면 저 또한 극한의 긴장을 하게 됩니다. 평소 변화를 싫어하는 루틴형 스타일인 둘째는, 유난히 극심하게 장소가 변하는 것을 꺼려해서 새 학기마다 고생했어요. 반을 배정받을 때마다 담임선생님도, 저도 여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 보니 원활한 적응을 위해 제가 학교에 아이에 대한 안내를 해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장애 이해를 위해 부탁드려야 하는 상황들이 잦아서 거의 매일 학교에 가다시피 해야 합니다. 아이가 실수가 많으면 자연스레 슈퍼을의 마음과 자세로, 죄짓는 마음이 커져서 학기 중에는 저도 내내 안절부절 불안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새 학기를 힘들게 적응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저도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이런 이유들이 있다 보니 방학이 오히려 편안해서 제가 육체적으로는 더 부산해질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평화로워서 제가 더 방학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은 살면서 누구든 모두가 감내하며 이겨나가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이겠죠. 힘들다고 그만두거나 외면하면 그때마다 비슷한 상황들을 쉽게 이겨내지 못할 테니까요.

안쓰럽고 힘든 새 학기이겠지만 잘 이겨내리라고 아이들을 믿어봅니다.

스스로의 생활을 만들어가며 가정 이외의 수많은 가치를 경험하고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며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내야 하니까요.

저도 이제는 느슨했던 자세를 고쳐 앉고, 저의 시간을 잘 만들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엄마이기전에 저도 제 자신이 존재하니까요.

개학이 아쉽지만 나의 존재에도 눈길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아이들 팔불출 엄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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