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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Sep 21. 2023

또다시 출발선에 서기

엄마로서 또 다른 시작

그간 평안하셨나요?

제 딴에는 치열하고 끈적거렸던, 속 시끄럽고 요란한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면서 조금은 여유를 찾아 여러분께 안부를 여쭙니다.

한숨 돌리고서야 늘 한결같이 계셔준 글벗님들과 독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안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잘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또 무사히 눈을 뜨며 잘 지냈습니다.

안간힘이 들었거나 악착같이 마음을 먹었다거나 하지 않고 조금은 멍하게, 혹은 기계적인 일상을 살았습니다.

시간이란 흐름에 맡겨 마음속 어둠을 덜어내는 동안 조금씩 빛도 한 모금씩 삼키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단 하루, 딱 오늘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만 잘 버티면, 불안한 내일이 되어도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저 꽃밭 같았던 일상이 조금은 건조해졌다는 것만 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늘에 안도하며, 어느덧 괜찮아를 입버릇처럼 되뇌며 잠듭니다.

저는 제가 나름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솔직히 저도 알고 있었어요...

사실은 제가 좀 지쳐있었다는 것을요.




전 어김없이 아이들의 방학을 간절하게 기다렸고, 방학 동안 아이들과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며 휴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의 학기가 시작되고  2학기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가고 습니다.

아들의 학교 개학이 전혀 반갑지 않지만, 1학기때 부지런히 선생님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긍정행동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 터라 한편으로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학교에 보냅니다.

여전히 아들은 매일 아침, 학교에 등교하는 걸  싫어하지만 한쪽눈과 한쪽 귀를 막고 떠밀어봅니다.

조금은 뒤숭숭하고 불안한 9월 초를 보내고 지금은 저도 적응 중입니다.


그동안 아들의 양육방식을 모두 리셋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적당한 포기가 필요했고, 그리 높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목표들조차도 모두 하향조정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아들의 모습이 아닌, 냉철하지만 현실적이고 좀 더 객관적으로 아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받아들여야 하고, 점점 커가는 아들의 덩치를 보며 어쩌면 더욱 싸늘해질 앞길에 대해 마음의 중무장도 필요합니다.




저는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닙니다.

몇 번을 출발선에 다시 서고, 또 섰었지만, 마치 타임루프에라도 갇힌 듯, 지금 다시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매번 회귀하듯, 반복되는 출발선이 지겨워 주위를 둘러봅니다.

근데 그 출발선이 같은 장소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한자리에서만 맴돈다고 자책했는데 사실은 계속해서 출발선상은 움직이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열심히 출발하지만, 전 언젠가 또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겠지요.

그렇지만 똑같은 장소의 선상은 아닐 겁니다.

그리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의욕이 생깁니다.



느리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 느리게 걸음의 속도를 늦춰볼까 합니다.

그러다 지치면 걷다가 멈추기도 하면서요.

이제는 시간과 공간이 주는 공기도 느껴보고, 하늘의 구름이 어찌 흘러가나 올려보기도 하고, 그늘 속에 핀 이름 모를 잡초꽃도 눈여겨보며 조금 더 천천히 가볼까 합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며 아들과 눈도 맞추고, 표정도 살피면서요.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오로지 직진부터 하려고 하화닥거리는 제가 과연 잘 해낼지 의문이 들지만요.




오랜만에 쓴 글이라 마치 처음 올리는 글처럼 부끄럽고 수줍네요.

무탈하게 이곳에서 자리를 지켜 주시며 넋두리 같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용기를 내어 심호흡을 하고, 하얀 출발선에 서서 한걸음 떼어보겠습니다.


그럼, 출발해 보겠습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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