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진우(가명)가 다니는 초등학교 특수반 선생님께 교장선생님께서 특수반 어머니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진우의 학부모로는 처음으로 교장실에 갔다.
진우가 다니는 학교에 특수반에 소속되어있는 인원수는 완전 통합(일반반에 다녀도 되지만 보살핌이 조금 필요한 장애정도)하는 친구들 포함해서 14명, 그중에 진우와 같이 도움이 꼭 필요한 장애친구들은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총 10명이라고 하셨다.
아이를 학교에만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기만 했지 같은 특수반 친구들은 제대로 마주치지도, 잘 보지도 못해서 꽤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좀 놀랐다.
그중에 스케줄이 맞고, 오시고자 하신 분들을 나누어 이틀에 걸쳐 초대하셨는데 내가 간 날은 나를 포함 3명 정도였다. 소수정예라 더 이야기 나누기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한 학교의 장이 특수반에 관심을 가져주고 이렇게 일부러 특수반 어머니들과 대화의 시간까지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긴장도 되지만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교장실로 들어섰다.
교장선생님 말씀은 다 좋은 말씀이셨다.
교장 부임 전까지는 특수교육 장학사도 지내셨고 특수반 어머님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 날 전까지, 일부러 특수교육 연수도 일주일 받으셨다고 말씀하시며 오랜 시간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많은 특수반 학생들을 보며 어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씀까지.
그러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특수반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을 비교하며 선을 쭉 그으시며 이쪽과 저쪽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가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특수학교는 아니다, 어머니들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 특수반 때문에 일반 아이들이 피해가 가선 안된다. 그리고 사고가 나면 학부모의 책임도 있다는 등등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 맞는 말씀인데 왜인지 점점 주눅이 드는 느낌.
내가 비틀어서 들은 건지, 그렇게 들리는 건지, 마치 일반반 친구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각자 아이들 단속을 잘해달라고 하는 당부처럼 들리는 건나의 열등감 때문일까?
다수결의 원칙(多數決의原則). 단체나 기관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방법. 의사를 통일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 인류의 사회는 대부분 소수의 특정 수효가 아닌 다수에 의해 맞춰져 있다. 나도 여기에 이의(異議)는 없다. 오랜 역사가 시행착오를 겪어오며 지켜온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는 집단 내에서의 다수결에 의해서 특정 의견이 다수의 찬성을 받으면 그것이 올바른 선이라고 파악하는 일이 많아, 그것을 이유로 소수의 반대를 주창하는 사람이 잘못·악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출처-위키백과 중에서)
다수결의 원칙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 2,585,876명 중 자폐성 장애인구는 26,703명이다. 약 1프로의 인구이다.(2020년 통계 기준)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할지라도 인구분포상 소수에 해당한다.다수에 맞춰야 할 계층이다. 그러나 소수에게 주어지는 특정 혜택이 아닌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아프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진우의 초등학교는 특수학교가 아니니 일반 친구들에게 맞추는 것도 맞다. 그러나 특수반에서 아무리 개별화 수업을 한다고 해도 시간표상 한두 시간 정도이고 일반 아이들과 인지 차이가 많이 나는 진우는 원반에서는 그저 최대한 착석을 유지하는 게 진우의 유일한 미션 일정도로 교과내용을 같이 배울 수 없는 입장이다. 교장선생님 말씀도 맞다. 원반 담임선생님도 이해한다. 특수학교가 아니니 특수반 아이들에게 맞출 수 있는 수업의 한계가 있다. 진우도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었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국립 특수학교는 딱 한 곳뿐이다. 이미 정원이 다 차서 들어가고 싶어도 빈자리가 없는 상태이다. 지원한다고 해도 여러 서류 절차와 평가가 있고 진우보다 더 심한 장애아이들을 위해 혹여 평가에서 떨어져도 이의 할 수 없다. 그래서 진우는 어쩔 수 없이 일반 초등학교의 특수반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이대로 일반학교에 보내는 게 맞을까? 같은 의문과 의심이 든다. 지금은 저학년이라 그나마 함께할 수 있는 수업이 있지만 이대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과의 인지 속도나 차이가 급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원반에서 진우는 그냥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니 앉아 있거나 지루함에 못 이겨 남에게 피해를 주는 '트롤'이 되는 건 안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우를 일반학교일지라도 보내는 이유는, 학습적인 것은 포기하더라도 진우에게 또래가 모여있는 곳에 대한 사회적 소속감과 집단생활에서의 규칙이라는 중요함, 일반 친구들을 관찰하며 모방이라도 할 수 있는 사회적 눈치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수학교에 간다고 해도 장애의 종류와 정도가 다 다르니 그 많은 장애 종류와 정도를 세분화해서 교육하기 어려운 실정일 것이다. 그러니 특수학교에 간다고 해도 자폐성 발달장애아만을 위한 수업 또한 존재할 리 없다. 그러니 소수인 진우에게는 현재 상황이 선택의 여지도 반론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그러나 진우도 대한민국의 한 일원이고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일반 친구들에게 맞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참아야 하고 주눅들며 학교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진우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조금은 씁쓸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