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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장애인식개선 교육시간

by 벨 에포크
<특수교육용어 사전>
장애(障礙, disability)란, 질병이나 사고 등에 의해 지적, 정신적, 청각, 시각, 내장, 골격, 기형적인 면에 결함(impairment)이 생겨,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상태.
<국어사전>
명사
1.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함.
2.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
3.(정보·통신) 유선 통신이나 무선 통신에서 유효 신호의 전송을 방해하는 잡음이나 혼신 따위의 물리적 현상.

장애. 장애라는 단어는 참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즐겁고 행복한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인생을 살면서 불행한 일들이나 부정적인 사람을 만났거나 일들을 겪으면 우리는'장애물'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는 것처럼. 장애인이라는 이름도 특별히 부를 명칭이 딱히 없어 적당히 붙인 이름이 아닐까? 란 생각도 든다. 유감스럽게도 앞으로도 아마 우리 진우(가명)의 인생 내내 붙는 단어겠지?

비슷한 단어들도 하나같이 긍정적인 단어는 없다. 반의어도 없다.

우리나라에서의 자폐성 발달장애인의 정의를 소개하자면,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 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출처-발달장애인법 제2조)

과거, 나는 진우를 아프다고 표현했었다.

병원과 치료실을 전전하니 그 표현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표현은 틀린 것이라고 지적받았다. 언젠가 특수 교육 상담 선생님이 장애는 나아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아프다는 말은, 분명히 언젠가 증상이나 증후가 나아질 가능성이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는 평생 가는 겁니다. 아프다는 표현은 잘못 쓰고 계신 겁니다".라고.

처음 들었을 때는 처절한 '팩트'에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듯했다.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말할 필요 있나 싶은 원망스러운 생각도 했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자면 맞는 이야기이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나아질 가능성 없이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 바로'장애'인 것이다.


얼마 전 진우의 학교 시간표를 보니, 장애인식개선 교육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장애의 종류가 참 많다. 그리고 각각 장애에 대한 인식하기란 전공을 생각하거나 나처럼 가족 구성원 중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보통 장애인식개선 시간이라고 하면 포괄적인 장애 이야기로, 간략하게 "장애인을 만나면 도와주자,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 등 같은 진부한 표어로 끝날게 뻔했다. 이번 기회에 진우네 반에서라도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면 좋겠다 싶어 의욕적으로 프린트물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2학년 아이들에 맞춰 진우가 편지 쓰는 식으로 쉽게 쓰기로 하고 발달장애아이들에게 필요한 행동강령 같은 이야기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반 아이들 수대로 프린트를 했다. 정확히 명수를 몰라 넉넉잡아 35명분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총 105장. 오래된 우리 집 프린트가 골골되기도 할 만하다.

내가 알려주고싶은 7가지-마음같아선 10가지도 넘지만 장수 압박에 나름 줄이고 줄여 7가지로 끝냈다. 할말많은 엄마ㅎㅎ

선생님이 수업에 활용하셨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활용하셨다고 해도 아이들이 제대로 수업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상관없다.

내가 일일이 학급 명수대로 프린트한 이유는, 아이들이 집에 가져가면 엄마들이 가방 점검하시면서 몇몇이라도 함께 읽어보지 않을까?

그래서 발달장애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장애인 차별금지법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 )

솔직히 프린트물을 만들며 계속 "기다려달라, 이해해달라"는 말만 주야장천(晝夜長天)하는 것 같아 죄스럽고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도움이 필요한 진우에게 이렇게 프린트물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것이 진우 엄마로서 내가 진우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4월 21일 장애인의 날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외치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를 과연 얼마나 하고 있는지 조용히 자문할 수 있는 날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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