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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Jun 05. 2022

너의 스파크(Spark·불꽃)를 위해

책 《스파크》를 읽고

나는  청상어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상어는 여섯 가지 감각이 있어요. 사람처럼 다섯 가지가 아니에요. 상어는 대기 중에서 전류를 느껴요. 생명체의 전류를 느낀다고요!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의 피 냄새도 맡을 수 있어요."
상어들의 감각은 때로 아주아주 예민하다. 너무 시끄럽게, 너무 강렬하게, 너무 심하게 모든 걸 느낄 수 있다...(중략)...
"사람들은 상어를 이해 못 해요. 사실 많은 사람이 상어를 싫어하죠. 무서워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상어를 해치려고 하지요."
앨리슨 선생님은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본문 중 p.10~11에서.


엘 맥니콜(Elle McNicoll)이라는 작가의 스파크[Spark ]라는 책이다.

얼마 전,  임지원 작가님이 지난 글의 댓글로 추천해주셔서 당장 읽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신 임지원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2021 ‘카네기 메달’ 노미네이트 , 2021 ‘브랜포드 보스2021, BBC 블루피터 상, 2022 미국도서관협회 아동문학상 수상작. 영국 BBC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

이 책의 작가인 엘 맥니콜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동문학 장르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나는 마치 애디와 아들을 동일시하며 흥미롭고 유쾌하게 읽어 내려갔다.

책 속의 주인공 '애디'가 평소 느끼는 예민한 감각들의 표현 속에서 우리 아이가 겹쳐 보인다.


주인공은 스파크(Spark·불꽃) 가지고 있다. 그러나 힘들지언정 싫어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스파크(Spark·불꽃) 화가 나거나 흥분도가 올라가는 자기 충동적 상황에서 눈앞에서 불꽃같이 터지는 자폐성향적 상황을 뜻한다. 그러나 주인공 애디는 오히려 이러한 스파크가 자기를 독보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들에게도 그 스파크가 보이는 걸까? 그렇구나. 그래서 눈을 질끔 감고 모든 것을 차단하려는 행동을 하는구나 하고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_pixabay

용감하고 사려 깊은 소녀, 애디는 작가가 “열한 살에 느꼈던 많은 생각과 감정”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 속 인물과 설정은 작가가 창조한 허구이지만, 많은 부분이 작가 자신의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책의 제목, ‘스파크(Spark·불꽃)’는 “당신이라는 개별적인 존재를 만드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애디는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자신 역시 그저 ‘다를 뿐’ 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수십 장이나 되는 설명서를 받아서 규칙과 생활의 요령과 삶의 지혜와 매끄럽게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는데, 나만 아무런 설명서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경향신문(2021.07.04)의 인터뷰에 의하면, 엘 맥니콜은, “때로는 열한 살의 어린 세포가 아직도 그대로 제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다시 어린 시절의 느낌을 기억해 냈어요. 소설은 거의 대부분 허구이지만, 제 관점이 애디의 관점입니다. 저는 애디처럼 신경 다양성(neurodiversity) 인식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부분은 저의 감각적 경험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신경 다양성은 뇌신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폐 스펙트럼 등을 질병이 아닌 다양성으로 이해하려는 개념이다.

(경향신문 엘 맥니콜의 인터뷰 내용 중 참조.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083465)

<스파크>의 저자 엘 맥니콜. ⓒKnightsOf.

소설을 읽고 글의 가독력이라든지, 심정 또는 감각의 묘사와  문장의 표현력이 좋아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말을 안 들었다면 몰랐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엘 맥니콜은 자폐 스펙트럼은 맞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필력을 가진 것을 보면 우리 아이와 다르게 지적장애나 발달장애와 같은 2차 장애는 동반되지 않은 자폐스펙트럼인 것 같다. 부러운 마음도 가졌지만 아직 여전히 가능성을 간직한 우리 아들에게도 희망을 걸어본다.

 이미지 출처_pinterest

주인공 애디에게는 키디와 니나라는 쌍둥이 언니가 있고 그중 키디는 애디와 같은 자폐를 가지고 있어 서로를 이해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자매이다. 가족 중 자신과 같은 구성원이 있다니. 그래서 책 속에서는 그들만이 통하는 대화 내용이 나온다.

그들의 대화 중 흥미로운 것은 '마스킹(masking)을 한다'부분이었다.

흥분도가 올라가면 눈앞에서 불꽃이 터지는데 이러한 감각의 힘듬을 스스로 무시하고 참아냄으로써 일반 사람들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으며 나에게는 '조절해냈다'라고 바꿔 해석되기도 했. 예를 들어, 화를 내는 상황에서 자기 머리를 치고 싶은 '자기 충동'이 일어나도 이고비 잘 넘겨냈다면, "너 아까 훌륭하게 마스킹(masking)을 잘 해내더라."라고 칭찬해주는 대목이 있다.

그렇구나, 영국에서 지금은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생생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구나를 알 수 있는 대목이어서 흥미로웠다. 신조어가 생겨났다 라는 것은 그들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비록 말은 배려를 담아 따뜻하게 받아주는 척하지만 그들의 의견이나 생각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차가운 현실은 여전하다는 것도 느껴졌다. 마치 마녀사냥에서 마녀가 아니라고 외쳐도 믿어주지 않는 중세의 시대처럼 말이다.

그래서 주인공 애디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마녀의 추모비를 세우기 위해 더 열심히 자료를 찾고 읽으며 소리를 내고 주장하고, 그 일에 더욱 매진했을 것이다.

"누가 저더러 마녀라고  아주 오랫동안 말했다면, 전 결국 제가 마녀라고 믿어버렸을지도 몰라요. 가끔은 그러기가 더 쉽잖아요? 좋은 말을 믿기 보다는 나쁜 말을 믿는 편이 더 쉽다고요."
...( 중략)...
"다르다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도 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 다 달라요.(중략) 모든 사람이 마음속으로 하나만 약속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스스로 약속할 거고요! 앞으로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만났는데, 딱 보기에 좀 이상하거나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여러분 중에는 제가 좀 이상하게 보이는 분도 있겠지만, 우리 식구들이 보기에 저는 아주 평범하거든요."
-본문 p.258~259 중에서.

이 책은 아동문학 분류이다. 그저 청소년이나 아이들에게 장애인의 이해를 위해 추천되는 책 중 하나일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애디의 심정 표현하나, 대사 한마디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마지막 장 감사의 말에서 작가의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이 세상에 혼자 크는 사람은 없어요."

작가는 나를 도와달라고, 남들에게 나를 불쌍히 여겨 봉사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세상을 여전히 혼자 감당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밀고 친절하게 당부하는 말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이 세상을 함께 크자고.

나와 함께 성장해 나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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