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 되고 싶은 특별한 아이다.엄밀히 말하자면, 엄마의 바람으로 보통이 되게 하고 싶은 특별한 아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이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치료실을 오간다.
진우가 다니는 치료실은 다른 보통의 아이들의 학원 같은 개념인데 과목이 다르다.
다른 아이들이 수학, 영어, 피아노, 미술을 배울 때, 진우는 감각통합, 언어, 인지, 특수체육을 배운다.
다음은 현재(2022) 진우의 상태 기준의 필요한 과목들과 진도 과정이다.(참고로, 발달장애아이들마다 다르고 받는 치료의 종류도 다를 수 있다.)
감각통합 시간은 재활치료에 속하는데, 보통 아이들은 자라면서 감각들이 고루 자라 통합시키고 또 세분화되고 특화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어릴 적 느끼던 모든 감각들의 예민함이 사라지고 힘 조절이나, 감정조절, 행동조절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진우는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처리되지 못하므로 치료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밀하게진행해야 한다. 보통12세가 되면 모든 감각통합 및 조절이 자유자재로 되고 완성된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이 잘 돼야 비로소 한 인간으로서 감정조절과 행동조절을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진우에게 그 단계가 올진 의문이다.
언어 시간에는 소리 내는 것부터 시작으로 발음과 조음을 연습하고 상황언어도 배운다. 사물의 이름부터 인물의 구분까지도 세세히 배운다.
상황언어란, 어떠한(특수한 상황이나 위급한 상황까지) 상황에서 적절한 단어와 말들을 해야 하는지 훈련하는 것이다.
인지 시간에는 앞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에 필요한 한글 공부나 숫자공부 등을 한다. 그냥 보통 아이들과 배우는 방법도 다르고, 반복의 시간도 다르다. 진우는 'ㄱ~ㅎ'까지의 습득할 때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숫자 '1~10'까지는 겨우 깨우쳤는데 11이란 숫자 개념을 도무지 외워지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아 그다음 숫자를 못 읽는다.
특수체육시간에는 몸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데 진우의 경우 근육을 세밀하게 조절이 안되고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여러 가지 움직임을 쪼개고 쪼개서 몸을 쓸 때 어디 부분에 힘을 주어야 하고 멈춰야 하는지를 배우고 훈련한다.
이 외에도 자조기술을 집에서 따로 연습한다.
자조기술은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게, 스스로 배변처리를 할 수 있게, 스스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게 생활에 필요한 신변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훈련이다.
이렇게 매일 열심히 배우고 훈련해야지만 "보통"과 겨우 비슷해질까 말까 하는 중이다.
보통이 뭐가 좋길래?
나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반복하고 열심히 진우에게 보통이 되라고 하는 걸까?
특별한 게 좋은 거 아닌가?
그러고 보면 보통 사람들은 모두 특별해지길 바라지만, 대부분 좋은 의미로 특별하든, 안 좋은 의미로 특별하든, 정작 '특별'한 사람들은 '보통'을 부러워한다.그래서인가 이리저리 치료실과 병원을 오가며 육아에 지칠 때면, 가끔 아주 가끔은 보통의 아이들의 보통엄마들이 나는 부러울 때가 있다.내게 있어 그들은 "보통이라는 특별함"인 것이다.
진우에게 보통이 되는 훈련을 하게 하는 이유는, 그래야 그나마 덜 차별받으며 그나마 덜 힘들게 보통의 사람들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진우는 보통이 되기 힘들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 안다.
영원히 특별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아이.
바꿔 생각하자면 보통이라는 사람들도 개개인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너무 보통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한 곳만 보고 열망하는 것은 아닐까?
진우의 소중한 특별함을 특별하게 봐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진우는 우직하게 끝까지 해내는 멋진 참을성을 가지고 있다.
진우는 자기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훌륭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진우는 툭 내뱉은 엉뚱한 말들이 우리 집에서는 깔깔 웃게 만드는 유행어를 만드는 즐거운 유행어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다.
진우가 가진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함을 제대로 봐주지 못했던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극단적으로 계속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것 같다.
보통이 되지 못해도, 유난히 특별해도 괜찮다.
나는 이런 진우만의 특별한 모습을 곁에서 나의 생애 끝까지 지켜줄 거다.
진우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성장과 인생의 목표로, 진우와 난 보통과 특별 그 사이 어딘가를 장래희망으로 오늘도 열심히 치료실을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