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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선

세상의 시선에게 하고픈 말

by 벨 에포크

나도 안다.

조금은 다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가끔 집이 아닌 밖에서 내 아이가 감각 조절이 잘 안 돼서 돌발행동을 하거나 감정 폭발을 일으키면 어쩔 수 없이 주변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다른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의 자식이 부끄럽다기보다, 남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과 내 아이임에도 엄마인 내가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자괴감이 들어서

더욱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래서 괜히 밖에서는 자주 주눅이 든다.

늘 당당하다고 괜찮다고 나를 추켜세우지만 쉽지 않다.

시간이 흘러 진우에 대한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까지도 주변의 시선이 따가운 순간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에서는 더욱 긴장이 된다. 진우 컨디션이 유독 안 좋은 날, 계속 어떤 말을 반복해서 말하거나 발을 쿵쿵 굴리기라도 하면 저지를 하면서도 등에 땀줄기가 줄줄 흐른다.

그래서 어떨 때는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중간에 제발 아무도 안 탔으면 하고 바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나 자신이 이렇게 스스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지만, 가끔 세상의 시선 때문에 상처받을 때도 많다.

그렇다고 진우를 부끄럽게 여긴다거나 숨기는 것은 아니다.(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는다.)

다만 유일하게 신중을 기울이는 경우가 있는데, 첫째가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이다. 반드시 밝혀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신뢰가 가는 몇몇에게만 신중히 말을 꺼내라고 말해주는 편이다.

특히 첫째의 친구 부모님들에게는 더 신중한 편이다.

부끄러운 게 아니라 첫째가 뜻하지 않게 차별을 받을까 싶어서이다. 과거 경험상, 돌아오는 상처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었기 때문이다.


혹여, 드디어 상대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나면,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당황해서 흠칫 놀라는 이들도 있고, 애써 괜찮다는 듯 마음을 가다듬는 이들도 있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색함.

나는 항상 겪으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됐는데 상대의 갈 곳 잃은 눈동자는 괜히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나중 우리와 인연이 이어질지 아닐지는 그 상대에게 맡기는 편이 되었다.


그렇게 힘든 인연이 닿으면, 만날 때마다 돌아오는 동정 어린 숨은 시선들.

짱구는 본 글과 상관없음 밝힙니다. 당황하는 그림을 찾고 싶었을 뿐....

짱구 미안ㅎㅎ


힘내라, 그렇게 어찌 사니,
안됐다, 불쌍해, 힘들겠다...


말은 안 해도 느껴지는 시선들.

심지어 친정엄마에게 직접적으로 들은 적도 있다.

"네가 이리 살지 어떻게 알았겠니.... 불쌍해서 속상해 죽겠다...."

모두 나를 위로해주려고 응원해주려고 하는 고마운 시선이라는 걸 알지만,

거북 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괜찮다고 잘 지낸다고 웃으며 말하면, 나보고 참 긍정적이라고 칭찬해 준다.

그런가?


난 그렇게 까지 불행하지 않다.

물론 정치적ㆍ사회적 기준으로 보자면 사회적 소수이고, 사회적 약자의 보호자이고 도움받아 마땅한 위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다.

물론 다른 집보다 다를 수 있고, 다른 집 아이들보다 힘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다.

진우(가명)가 어쩌다 툭 내뱉으며 녹음기처럼 말하는 말투에도 빵 터져 웃음이 끊이지 않고, 어이없이 어질러놓고 하는 엉뚱한 행동에도 피식피식 웃음이 터진다. 내 눈에는 그냥 사랑스러운 막내이다.

진우에게는 반드시 루틴처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게으른 나도 한층 부지런해졌다.

진우와 함께 살려면 오래(!) 살아야 하니 건강에도 유독 신경 쓰게 되었다.

첫째에게는 약자의 입장에서의 어려움을 몸소 보고 느끼며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진우가 글자 하나를 읽어내거나 미세한 행동조절 하나가 잘 이루어지면 무슨 큰 성공을 한 것처럼 그렇게 기쁘다.

그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이거대로 나의 소중하고 소박한 행복이다.


나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누리고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가끔

세상의 시선에게 외치고 싶다.

세상의 기준으로 모자랄진 모르지만,

진우도 나도 잘 해내고 있고,

난 우리 가족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진우와 함께여서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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